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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이란 개혁파 대안세력 될 수 있나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지난 6월 이란 대선이 끝나고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4개월. 이란 야권인사들이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는 이란 당국의 폭압적인 진압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고 주요 계기마다 다시 이어지고 있다.


당장 오는 11월 4일. 30년 전 이란의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령했던 사건을 기념하는 이날 이란에서는 또 다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의 미흐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모하메드 하타미 전 대통령, 마흐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 등 개혁파 인물들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의 파괴력은 이미 상당부분 잦아들었다. 이란 개혁파가 아직은 살아 있으되 '표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개혁파 '트로이카'가 국민들의 지지 등 이길 수 있는 카드를 쥐고도 게임에서 어떻게 카드를 사용할 지를 모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유럽에 체류하고 있는 이란 작가 아미르 타헤리는 개혁파 트로이카는 모두 이란 이슬람 혁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물들로 호메네이 시절의 혁명신화에 빠져 있으며 그들 자신도 시대착오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 체제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겉으로는 이슬람 혁명 초기 '진정한 호메니이주의'로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이란 국민들 상당수가 원하는 '호메니이주의를 넘어서는 일'도 결코 감행할 수가 없다. 만약 그들이 본격적으로 호메니이를 비난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바로 자살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란의 개혁파가 체제내 대안세력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이란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란 개혁파들은 상당한 정치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란 정부당국의 공식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고 이란 개혁파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얻은 1400만 표에 필적하는 1200만 표의 지지층이 있다.


이란 의회(마즈리스)에도 최소 40여 명의 개혁파 의원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 회의(Assembly of Experts), 국정조정위원회(Expediency Council), 그리고 일부 이란 군대조직에도 개혁파에 동조하고 있는 인물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더구나 서방과의 핵 협상 등 국제정치는 물론 국내정치 측면에서도 지금은 이란의 개혁파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대안세력으로 성장하기에 환경이 매우 좋다는 평가다.


국내적으로는 지난 대선 이후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된 만큼 공정한 선거가 치뤄질 수 있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과 모든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그리고 자유로운 노동조합 설립 등은 이란에서 제기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치적 이슈다.


정치적 이슈 외에도 혁명수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규모 공공기업 민영화 정책, 50년간 이어온 보조금 문제 폐지문제 등 경제적인 이슈도 개혁파들의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현안들이다. 이미 이란의 유력 정치세력 중 하나인 바자르 상인들과 가난한 이란인들을 중심으로 아마디네자드의 이러한 경제정책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도 이란 개혁파는 현 아마디네자드 정부의 대서방 강경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외개방을 추진해왔던 이란의 개혁파들은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안적인 대외정책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


결국 이란의 개혁파 트로이카가 1980년대 드라마 같았던 구 소련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지는 못할 지라도 체제 내에서 '섀도 캐비닛'을 가진 대안세력으로 성장한다면, 그나마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고 강경파들의 비이성적인 행위에 제동을 거는 한편 이란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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