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금리로 집값잡기 과연 '만능'일까

기준금리 인상 연이은 시사로 서민들 이자부담 날로 가증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대출금리? 여기 사는 사람들은 신경 안 써. 이웃들과 이야기해보면 주택담보대출 쓰는 사람 거의 없어. 그저 가끔 재미삼아 집값 오르내리는 것 이야기나 할까."(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거주 김모 사장)


"어렵게 1억5000만원 대출받아서 집을 마련했는데 이자가 너무 올라요. 있는 사람들에게는 월 이자 몇 만원 별거 아니겠지만 저희는 아이 학원 하나를 끊어야 하는 거금이죠. 금리 더 오른다니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노원구 하계동 거주 서모씨)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집값 안정 효과 이상으로 서민들의 이자부담만 키우는 부작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에서도 "기준금리 조정은 개별국가 경제상황에 맞게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은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 8월 연 2.41%에서 10월 8일 현재 2.80%로 쉴틈없이 위로 내달리고 있다. 은행은 마진을 챙겨야 한다며 가산금리를 3% 이상 적용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7%대를 조만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구두개입은 성공한 모양새다.


이 총재가 수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버블우려, 그리고 이에 따른 경기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다. 이자 무서워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꺼려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10월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상승기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효과는 다소 무색해 보인다.


지난 2005년 10월 기준금리는 전월대비 0.25%포인트 오른 3.50%에서 2008년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5.25%까지 총 2%포인트나 올랐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은 기준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기간동안 주택담보대출은 총 46조8000억원 급증했다. 월평균 1조3400억원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랠리가 시작되기 전 1년간 월 평균인 1조7000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돈 없는 서민들은 투기가 아니라 나중에 '내집 마련'을 못할까 겁나 무리하면서까지 대출을 끌어다 쓰기 마련이다.


유동성도 오히려 급증했다.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유동성은 감소하지만 이 같은 경제원칙이 국제화 가속화로 인해 적용되지 않고 있은 것이다.


기준금리가 2005년 10월 1008조원이던 광의통화(M2)는 2008년 8월 1386조원으로 40% 가까이 급증했다.


금리차익을 노린 외국자본이 한국으로 본격 유입되면서 2005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자본수지에서만 210억달러의 흑자가 났다.


결국 외자가 국내에 유입됐고 국내 시중은행들은 넘쳐나는 돈으로 대출영업에 나섰으며 상승추세에 있는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려 버블지경까지 몰렸던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총재의 '구두개입'만으로 이미 CD금리가 3%대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한은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대한 경고메시지는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잔액 역시 9월에 전월대비 4000억원 줄어 2년 4개월만 감소전환에 성공했다.


실제 올해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재건축 아파트도 DTI 확대 시행 전 4주간 2.67% 올랐던 것이 이 후 4주간은 0.79% 오르는데 그쳤고 강동구 재건축은 아예 소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가격급등지역은 강남 재건축 지역과 일부 버블세븐지역인데 이들지역의 대출비중은 높지 않다"며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은 자가 마련에 나선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경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주택가격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며 "이 총재의 발언은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시그널(신호)를 주자는 것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부동산시장을 잡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