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머리띠를 매고 협상에 나서는 노조문화를 고치겠다'고 하자 노조는 보란듯이 붉은 머리띠를 동여맸다.
시행을 3개월여 앞둔 복수노조와 임금 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있는 한국노총이 연대를 파기할 가능성도 높아 노·정간 정면충돌이 예고된다.
손종흥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9일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정부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내달 열리는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 장관부터 노조를 자극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나. 노사가 자율적 협상을 통해 이뤄낸 결과물을 정부가 이제와서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의 결별 가능성을 드러냈다.
임태희 장관은 1일 취임 이후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의 등을 잇따라 방문, "원칙대로 해결하겠다"며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금지 조항의 내년 실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에 현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한국노총도 기존 노사정위원회에 민노총이 가세한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장석춘 한노총 위원장은 8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노동자를 '벌레' 취급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무시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논의를 더 이상 지속할 이유가 없으며 노사민정 협의체 참여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교섭권 제한은 위헌의 근거가 되는 것은 물론, 전임자 임금 지급이 중단되면 조합비로 전임자를 충당하기 어려워져 노동조합은 무력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노사가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한다면 오히려 행정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경총은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은 찬성하는 등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노사정 간 의견 조율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경총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교섭 비용 증가 등 현장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라며 "나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2일 임 장관의 민주노총 방문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민노총은 내부 의견 조율을 마치고 조만간 '6자협의체' 참여 여부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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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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