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호주중앙은행(RBA)이 6일(현지시간)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상,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호주의 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측과 어긋날 뿐 아니라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이 목소리를 높였던 '공조'를 깬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때문에 각국 증시와 외환시장이 술렁였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폭과 다른 국가의 확산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예상 밖 금리인상..배경은 = 이날 RBA는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동결을 유력시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명의 전문가 가운데 금리 인상을 예측한 전문가는 단 한 명이었다.
지난 8월 이스라엘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호주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호주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출구전략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최근 소매판매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기업신뢰지수 등 경제지표의 호조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상 여건을 조성했다.
인접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 특히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률이 호주 경제의 자신감 회복에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의 느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8%의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호주 경제상황이 당초 기대치보다 개선됐고 자신감 또한 회복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들의 회복세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호주의 아시아 무역 파트너 국가들의 전망은 눈에 띄게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맥쿼리증권의 로리 로베르트슨 금리 전략가는 “RBA는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줄곧 내비쳤고, 이날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올릴까? = 호주는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 걸쳐 금리를 4.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0.25%포인트 그간 인하 폭을 감안하면 공격적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베르트슨 전략가는 “3%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인 4%까지 올리는 것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만약 경기상황이 계속해서 개선된다면 내년쯤 정상적인 수준인 5%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에 앞서 금리를 인상했던 이스라엘 측도 “당장 높은 수준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심각한 피해를 끼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 다음은 누구? = 호주의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말 있었던 G20 회의에선 출구전략의 국제적 공조가 강조됐지만 호주가 사이클을 깬 이상 다른 나라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호주의 금리 인상으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빨리 이 움직임을 뒤쫓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장 가능성이 큰 나라가 한국이고, 그 다음이 대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이번 분기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 역시 물망에 올랐다. 지난 달 초 도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인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실행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선수는 호주에게 뺏겼지만 최근 인도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어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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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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