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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롯데' 아닌 '부산' 자이언츠 팬"

롯데, 각종 사업 부산성적표 "시원찮네"… 부산시민 야구사랑 이어받을 수 있을지 고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프로야구 8개 구단 가운데 최고 인기구단을 가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구단을 가려내는 일은 쉽다.


바로 구도(球都) 부산을 연고로 둔 롯데 자이언츠다. "야구는 모르지만 자이언츠는 안다"는 한 팬의 소회에서 드러나듯 부산 시민들의 야구사랑은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다.

◆ '처음처럼' 앞세운 부산 공략 "쉽지 않네" = 이 때문일까. 올해 초 두산의 주류부문을 인수한 롯데주류가 대표 브랜드 '처음처럼'을 앞세워 부산시장 평정을 자신할 수 있었던 근거에는 '롯데=부산 연고'라는 계산이 그 밑바탕에 있었다.


롯데라는 이름이 부산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현재까지 부산지역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부산소주 시장은 '시원'을 앞세운 대선주조의 독주 속에 무학, 진로, 롯데 순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올 초 롯데가 처음처럼을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는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변화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김승우(27ㆍ대학원생)씨는 "판촉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먹지도 않겠다는 '처음처럼'을 놓고 대신 계산해주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서울에선 가끔 보던 장면이었는데 오히려 부산에서 더 자주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부산지역에서 저도주 주류가 인기가 많은 점에 착안, 도수를 대폭 낮춘 '처음처럼 쿨'을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전국구 유통망을 활용해 부산은 물론 수도권, 전국에도 저도주 트렌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전속모델도 아이돌 가수로 새롭게 영입했다. 새 제품은 TV광고가 가능한 범위의 도수지만 아직까진 TV광고계획은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 백화점ㆍ면세점 사업, 후발 주자 맹추격 = 이처럼 롯데와 부산시민들간의 미묘한 엇갈림은 소주뿐만이 아니다. 이미 부산ㆍ경남 일대 몇 개의 백화점을 운영중인 '유통업체' 롯데의 입지는 확고하지만, 올해 초 센텀시티에 신세계백화점이 새롭게 들어선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다.


연면적 세계 최대로 기네스북에 오른데다 부산ㆍ경남 일대는 물론 일본ㆍ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끌어 모으고 있어 신세계는 이미 센텀시티점이 일대 상권 내 최고 백화점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도 덩달아 매출이 증가하곤 있지만 이미 규모에서 압도당하는 모양새다. 롯데는 광복동에 새롭게 들어설 백화점에 기대하는 눈치다.


파라다이스그룹이 내놓은 부산ㆍ대구 지역 면세점을 누가 가져가느냐도 관심거리다. 지난 7월 매물로 나온 면세점을 가져가기 위해 현재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입찰에 응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롯데나 신라 중에 하나가 가져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라다이스 면세점은 연간 매출이 1400억원 정도로 액수 자체가 큰 편은 아니다. 신라호텔은 이번 인수를 성사시켜 부산ㆍ경남ㆍ경북 지역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일대 지역 면세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는 롯데가 긴장하는 이유다.


양측 모두 "상대쪽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롯데로서는 유통업계 1위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M&A 시장에서 두산주류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매물을 건진 적이 없어 롯데는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 "난 '롯데' 아닌 '부산' 자이언츠 팬" = 프로야구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야구장. 롯데백화점 임직원 500여명은 3루쪽 '블루석'에 앉아 점잖게 경기를 즐겼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구단이지만 원조 '롯빠'(롯데 자이언츠 골수팬들을 지칭하는 말)들의 열성적인 응원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회계법인에 근무한다는 한 팬은 "난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부산 자이언츠 팬"이라며 "롯데가 부산에서 돈을 벌어가기만 하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가 부산 일대 백화점에서 꽤나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지역은행에 맡기는 액수는 많지 않은 편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롯데우유가 대선주조를 인수했다가 매각하면서 커다란 시세차익을 남긴 것도 롯데에 대한 반감에 한몫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산 시민들이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애정으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는 셈. 실제 그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감지해 다각도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한다. '화끈한'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말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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