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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건강하라, 건강하라..."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오전 10시10분쯤 북쪽 가족을 태운 버스의 시동이 걸리자, 주변을 둘러싸있던 남쪽 가족들은 버스에 매달려 오열했다. 남쪽 의료진들은 행여나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충격으로 쓰러질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 "얼굴도 모르는 조카들이여. 자손만대 행복해라" 작별의 편지

남측의 동생 고재현(74)씨와 만난 북측 고재학(77)씨는 이날 오전 10시 작별상봉이 끝나고 버스에 올라타 조카손자 영호(9)와 이별 뽀뽀를 했다. 재학 씨는 손자에게 "언젠가 통일이 되면 영원히 꼭 만나자. 잘 있어라"고 당부한 뒤, 어린 조카와 가족들에게 이별의 말을 전했다. 재학 씨는 앞서 실내 작별상봉에서 '얼굴도 모르는 조카들이여. 부디 자손만대 행복하고 건강하라. 이것만이 이 삼촌의 부탁' 이라는 내용의 짧은 편지를 적어 재현 씨에게 전달했다.


○… "형님 아이들 서울서 족보에 다 올리겠다."

남측의 동생 최병오(73)씨는 북측 형님 최병욱(80) 할아버지에게 북측에 있는 조카들의 이름을 족보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병오 씨는 이날 오전 금강산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상봉 자리에서 남북이 흩어진 가족들의 이름을 '수성 최 씨 가계도'라는 제목의 메모에 옮겨 적고 이를 형님에게 전달했다. 병오 씨는 "비록 얼굴은 못 봤지만 형님 아이들이고 내 조카"라며 "서울에 돌아가서 꼭 족보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형님 병욱 씨는 동생에게 "남은 가족들도 꼭 보고 싶다고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형제는 헤어지기 직전 "몽금포에서 동쪽으로 150리 떨어진 데 있다", "온양온천에서 가까운 충남 예산이다"며 서로의 집주소를 확인하기도 했다. 최 할아버지는 전날(9월30일) 팔순을 맞이해 남측의 가족들이 초코파이로 마련한 간소한 생일상을 받기도 했다.


○… "건강하라, 건강하라..."


상봉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던 북측의 김해숙(76)씨도 끝내 오열했다. "해죽해죽 웃어 이름도 병옥에서 해숙이로 바뀌었다"며 60년 만에 만난 동생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던 김 씨. 1일 오전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도 눈물짓는 동생들을 향해 "눈물 흘리지 말라"며 손을 꼭 잡았던 김 씨였다.


하지만 작별상봉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 김씨는 창가로 손을 내미는 동생과 올케들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다 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손수건에 얼굴을 묻는 김씨는 그저 "건강하라, 건강하라..."는 말만 되뇌였다.


○… 동생 손에 반지만


북측의 동생 최진현(76)씨와 작별을 앞둔 누나 진립(81)씨는 동생의 손만 만지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두고 동생에게 더 줄 것이 없는 지를 찾던 최 씨는 손에 있던 반지를 말없이 동생 손가락에 끼웠다. 진현씨도 누이가 끼워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 정봉주 전 의원, "이산가족들 청와대로 초청해서 슬픔 들어보라."


1일 끝난 추석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측 사촌형을 만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민족의 아픔, 슬픔을 헤아리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산가족 분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슬픔을 한번 들어봐야 한다"면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면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의 좋은 점을 계승하려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철학, 중도실용"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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