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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 이모저모...2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남쪽 동생 은순(62), 은례(55), 은자(52)씨 등 세 자매는 30일 개별상봉에서 북쪽 큰 언니 서정순(76)씨를 둘러싸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첫날 단체상봉에서 북쪽 큰 언니의 팔에 매달려 대성통곡했던 세 자매는 앞다퉈 큰 언니의 손을 잡고 지난 시절을 이야기 했다.

동생들과의 추억이 이별하기 전인 1950년대에 멈춰있던 북쪽 언니는 남쪽 동생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듯 재차 물었고, 세 자매는 "남쪽에서 우리들은 잘 살고 있다"며 "우리 걱정하지 말고 언니만 건강하라"고 말했다.


남쪽의 동생들이 6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소식을 전하자 북쪽 큰 언니는 서럽게 울었다. 셋째 은례 씨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언니가 6·25때 인민군과 함께 북으로 알라갔으며, 나중에 시신까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어 살아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며 "이쪽에서 먼저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상봉을 함께 한 올케 차봉순(70씨)는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얘기만 많이 들었는데 보자마자 큰 시누인줄 척 알아봤다"며 "시어머니와 똑같이 생겼더라"고 말했다.


○…남측 딸 전향자씨는 "잘 지내고 계신 걸 보니 마음이 편하다"며 북측 아버지 전기봉(85)씨의 손을 꼭 쥐었다.


조국통일상을 받은 공화국 영웅이자 김일성종합대학교 전 교수인 북측 아버지가 전날 단체상봉에서 북측기자들로부터 집중취재를 받는 등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마음이 놓인 듯 했다.


남쪽 딸은 "3살 때 헤어져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만나자 우리 가족인 것을 알았다"며 첫 만남의 느낌을 다시 북쪽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북쪽 아버지는 "2남3녀 손주들까지 북쪽 가족이 모두 20명"이라고 소개한 뒤 "남쪽 손녀(장희영·15)씨와 손녀사위, 증손녀까지 만나니 기쁘고 좋다"고 딸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번 행사에서 유일한 부부상봉인 북쪽 남편 로준현(81)씨와 남쪽 아내 장정교(82)씨는 개별상봉 시간 내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남쪽 아내가 "젊어서 만나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나이들어 만났네요"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아쉬워하자 북쪽 남편은 "다른 데로 시집갔거나, 아니면 죽은 줄 알았다"고 했다.


남편은 "이번 상봉에서 남쪽 아내가 온 사람은 나 하나였는데 북쪽 상봉단 사람들이 (어떻게 긴 세월을 혼자 살았느냐면서)놀라더라"고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남쪽 딸 선자 씨(64)씨는 준비해온 양복을 아버지 몸에 맞게 줄이기 위해 개별상봉 시간 내내 열심히 바느질을 했다.


이어진 공동중식에서도 부부는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딸 선자 씨는 "건강이 좋아야 통일되면 만날 수 있다"면서 아버지를 꼭 안았다.


○…"외삼촌 소식은 못 들었네... 돌아가신 모양이야"


형 윤치원(79)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은 윤동원(64)씨는 형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외삼촌 소식은 끝내 못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씨는 "형도 외삼촌 소식은 모른다 하더라. 돌아가신 걸로 알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윤 씨의 외삼촌 최병국 씨는 한국전쟁 당시 윤치원 할아버지와 함께 동국대에 재학 중이었으며 가족들은 외삼촌이 형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윤씨는 금융조합 공무원이었던 친삼촌이 지리산 토벌대로 차출된 뒤 행방불명되는 등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슬픈 가족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를 맞이한 윤씨는 "형을 만나 반갑기는 한데, 만났다가 다시 헤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안 좋다"며 "올 추석 때 가족들이 다들 모일 텐데 형님 얘기해주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볼수록 아버지 얼굴이 나온다"


2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30일 권기순(70)씨는 북측의 삼촌 권시중(77)씨를 볼수록 아버지가 떠올랐다.


금강산 호텔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마친 권씨는 "삼촌과 헤어질 때 기억이 어렴풋해서 첫날은 어색하기만 하더니 자꾸 볼수록 삼촌 얼굴에서 아버지와 할머니가 나온다"며 웃었다.


시중씨는 전쟁 발발 당시 학교에 다니다 17살의 나이로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시중씨와 학교 동창이기도 한 기순씨의 남편 심차현(74)씨는 "어제는 삼촌이 학교 다닐 때의 기억을 잘 떠올리지 못했는데, 오늘 개별 상봉을 통해 옛 기억을 차근차근 더듬어 보다보니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운 권씨 등은 삼촌을 만난 기쁜 한편으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24시간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밥이 잘 넘어갈지 모르겠다"며 점심식사 장소로 향했다.


한편, 권씨는 삼촌에게 줄 선물로 비단으로 만든 한복 여러 벌과 설탕, 커피, 밀가루, 통조림 등을 준비해 전달했다.


○… "3대가 한자리에"


2차 이산가족상봉 이틀째를 맞는 북측 상봉단 박춘식(85) 씨와 남측 아들 삼학(67), 이학(64) 형제는 손자 박인수(36) 씨를 포함해 3대가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자리를 가졌다.


어제 눈물의 상봉과 달리 오늘은 한층 마음을 안정시켜 개별상봉을 가진 이들 부자는 서로 살아온 얘기를 하며 개별상봉을 마쳤다.


이학 씨는 "아버지가 계속 울기만 하셨다"며 "전쟁 당시 나는 5살, 형은 8살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우리가 죽은 줄 알고 살아오신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삼학 씨는 "30년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고 제사를 지내왔다"며 "이번 상봉에서 아버지 생신이 음력 9월 8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매년 형제가 모여 생신을 축하하겠다"고 기뻐했다.


손자 박인수(36)씨는 "자라면서 내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지난 9월 3일 적십자사에서 생존 소식을 들은 이후 얼떨떨했다"며 "하지만 어지 할아버지가 손수 술 한 잔을 권해 실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학 씨는 "3대 상봉을 했지만, 벌써부터 작별상봉이 걱정된다"며 "첫날은 만나 너무 기뻤지만, 내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날 북측의 형님이 동명이인으로 드러나 가족 상봉이 무산됐던 남측 이종학(77), 종수(74) 형제는 이날 오전 10시께 먼저 남측으로 돌아갔다. 북측 리종성(77)씨는 북측 상봉단과 함께 귀환해야 해 숙소에 홀로 머물렀다고 북측 관계자가 전했다. 북측 관계자는 "리 씨가 상심이 매우 큰 듯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상봉 이틀째인 지난달 30일, 남과 북의 이산 가족들은 금강산 호텔 2층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날 만남과 오전 개별상봉을 해서인지 매일 만나던 가족들처럼 친숙한 분위기였다.


삼색 찰떡, 오리구이, 락하 생죽(땅콩죽) 등 북측 음식으로 마련된 이날 점심에서 남과 북의 가족들은 '봉학 맥주'로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위하여', '건강하세요'라는 건배사를 연발했다.


북측은 금강산 호텔 2층에서 낮 12시 30분부터 진행된 공동중식을 위해 아침부터 바쁜 모습이었다. 호텔 여성접대원 60여명이 오전 9시경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빵, 잼, 버터 등 양식을 비롯해 삼색찰떡, 남새합성, 오리구이, 삼색나물, 밤조개 쌜러드, 양배추말이 김치, 락하생죽(땅콩죽), 소고기 찜, 생선호두튀기, 흰밥, 생선감자국, 삼색단설기, 과일화채, 오갈피차 등이 식탁에 올랐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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