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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전 삼성 사장 "반도체 신화 비결은..."


[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삼성 반도체 성공의 핵심 이유는 최고경영자의 판단력과 리스크 테이킹이다."


'한국 반도체의 살아있는 역사'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現 상담역)이 입을 열었다. 그가 꼽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 비결은 바로 최고 경영자의 정확한 판단과 위험을 감수하는 책임감, 지속적인 동기부여였다.

황 전 사장은 29일 서울대에서 '반도체가 만드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갖고 30년 반도체 연구 인생을 반추했다. 황 전 사장의 연구와 경영은 그대로 한국의 반도체 신화였다. 그는 "이건희 전 회장이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잘 관리하며 중요한 결정을 도맡아줬다"며 "반도체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이 전 회장이 이를 잘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10년+경영 20년, 반도체 신화 써=삼성반도체의 역사는 지난 1974년 이 전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동양방송 이사로 재직 중이던 이 전 회장은 한국반도체 인수와 관련해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사재를 털어 이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황 전 사장은 "삼성이 반도체에 손을 대자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축배를 들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시장 전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내렸던 결단"이라고 술회했다.

당시 일본에는 도시바, 히다치, 후지쯔, NEC 등 굴지의 반도체업체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었다. 반도체 시황을 낙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전 회장은 사재를 털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후에도 무려 33조원을 쏟아부은 끝에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제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황 전 사장이 있었다. 미국 유학과 인텔 재직경험을 뒤로하고 황 전 사장이 삼성전자에 합류한 것은 1983년. 시장이 가장 크게 확대될것으로 판단되는 D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이 전 회장의 리더십 아래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차근히 발전했다. 황 전 사장은 "1988년 D램 타입을 스택 타입(위로 쌓는 타입)과 트렌치 타입(아래로 뚫는 타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경쟁사들은 엔지니어의 판단에 맡겼지만 이 전 회장은 2년간 두 타입 모두를 놓고 똑같은 과정을 진행시키는 방법을 거쳐 스택 타입으로 결정했다"며 "경쟁사들은 트렌치 타입으로 했다가 사업을 다 접었다. 오너의 순간적인 판단이 회사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누비며 만든 '황의 법칙'="메모리신성장이론(황의 법칙)을 준비할 당시는 2001년이었다. 반도체 용량이 두 배가 되는 것은 물론 퓨전테크놀로지가 반도체의 미래를 다 장악할 것이라는 얘기를 겁도 없이 했다. 그때는 무모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장이 예상대로 정확하게 흘러갔다." 이른바 황의 법칙은 황 전 사장이 지난 2002년 초 세계 3대 반도체학회인 국제반도체학회(ISSCC) 총회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것으로 '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1.5년 만에 반도체 용량(집적도)이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깨고 업계의 정설이 됐다.


'황의 법칙' 이후 삼성 반도체의 위상 역시 수직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가정용 게임기 X박스와 애플의 아이팟 나노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IT 아이템이다. 이들 역시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내장하고 팔려나간다. 황 전 사장은 "MS가 X박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칩셋 가격에 대한 협상을 요청해왔는데 생각보다 가격 편차가 컸다. 다른 공급처를 알아보는 두어달 사이에 내부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해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 손에 들고 있었다. 결국 MS가 SOS를 쳤고, 가격은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CEO 스티브잡스는 황 전 사장을 집으로 초대해 새 MP3플레이어용 메모리칩 공급계약을 논의했다. 한 차례 약속을 일부러 펑크낸 후 두 달 뒤에 다시 미팅을 했다. 공급가격에 대한 이견 때문에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결정을 보류하고 나온 황 전 사장은 새로운 MP3용 플래시 메모리 제작에 착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아이팟 나노다.


▲"성공은 실패의 연속에서 오는 것"=황 전 사장은 기업인으로서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성공은 실패의 연속 속에서 오는 만큼 가급적 실패를 줄이려 했다"고 답했다. 그는 "9년간 사업부장을 하고 5년간 총괄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전문가와 석학을 만나 생각을 나눴다. 그런데 나 혼자 알아서는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임원들이나 연구원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그는 "외부 강연은 기껏 연 1회정도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영현황 설명회를 대단히 자주 했다"며 "이렇게 하면 잘못됐을 때 백업플레이가 정말 잘돼 회사는 최단시간에 최단손해로만 입게 되며 위기관리 경영이 되면 언젠가 대박이 터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그는 "사업이란 어려울때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내부적으로 차세대 10년의 먹거리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반도체상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황 전 사장은 "미래는 반도체가 만드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예전에는 제품이 있고 부품을 골랐지만 이제는 부품이 제품을 만다는 상황이 된 만큼 메모리만으로도 마켓시어를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SSD(낸드플래시 기반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은 지난 2007년 2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오는 2011년에는 68억달러를 넘어서 금방 1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경영과 기술 그리고 고객이 조화를 이루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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