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현대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매물만 쌓여
국내 인수ㆍ합병(M&A)시장이 '승자의 저주' 먹구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효성이 인수의향을 밝힌 하이닉스를 제외하고도 10여개사, 매각대금으로만 20조원대가 넘는 잠재매물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지만 정부가 조기매각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도 선뜻 이들 기업을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
경제회복세가 완연하다고는 하지만 대형M&A에 나섰다가 추후 경기굴곡에 따라 인수 모기업까지도 동반침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M&A시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만 하이닉스를 포함, 대우건설, 현대건설, 금호생명,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동부메탈, 대우조선해양 등 11곳이다.
이 가운데 하이닉스는 최근 효성이 단독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기업들의 매각 작업은 갈 길이 먼 상태다.
초대형 매물인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중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이 매각 주간사를 맡아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기로 했다.
다만, 군침을 흘리는 기업은 미국 벡텔과 파슨스, 사모펀드 블랙스톤 등 외국계기업과 펀드 중심이며 국내 대기업들 중에는 인수후보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일인 오는 12월 15일 이전까지 매각을 매듭지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헐값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호생명 매각 작업 역시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매각가격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다음달 중 매각주간사를 정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매각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는 자산관리공사의 의중이지만 과연 현재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화와 포스코 등이 얼마나 적극성을 드러낼 지는 미지수다.
실제 동부메탈의 경우 동부그룹이 산업은행과 가격 협상을 벌이던 중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잠시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종합상사에 대한 매각작업도 최근 재개, 제한적 경쟁입찰을 실시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고 STX 등 일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지만 이미 현대중공업과 가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전력이 있어 향후 순탄치 않은 항해가 예상된다.
이같이 M&A시장의 흥행부진은 향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대형 M&A의 경우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기업들이 유보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다지만 이를 M&A에 쏟아부을 상황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3일 개최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단기이익보다는 기업구조조정을 철저히 하고 부실을 과감하게 털어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아시아경제신문 박성호 기자, 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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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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