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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제철소 사업 진출을 검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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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문화재단 33년사'서 주창균 회장과 이병철 회장 일화 소개
'한국 1호 철강 기술자', 영원히 엔지니어로 남고 싶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사업 합작을 제안했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6.25 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 아직은 삼성그룹이 지금과 같은 초거대 기업이 되기 전의 일이다.


그때 이 회장은 철강산업 진출을 위해 주창균 신생산업 창업자(전 일신제강 회장, 호 현송)를 만나 이같은 말을 전한 적이 있다.

주 회장이 설립한 현송문화재단이 최근 설립 33주년을 맞아 발간한 ‘현송문화재단 33년사’에 주 회장과 이 회장의 잠깐 동안의 인연에 대해 언급돼 있다.


1921년일제 치하 상황에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3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난 주 회장은 1940년은 엔지니어가 되겠다며 일본으로 유학을 가 우베공업전문학교(현 야마구치대학 공학부)를 졸업한 후 조선인 최초로 일본제철(현 신일본제철) 아하다제철소에 입사한 ‘조선인 1호 철강 기술자’다. 일본인에게는 절대 질수 없다면서 실력을 쌓은 그는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와 현재 황해도 송림으로 불리는 겸이포 제철소로에서 광복 이후까지 일하게 된다.


소련군의 진주, 김일성이 집권한 공산치하에서 북한 산업성에서 철강산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평양공업대학 교수로 겸이포제철소에서 이름을 바꾼 황해제철소 기사장(소장)으로 일하던 그는 1951년 3월 북한에서 받은 모든 훈장과 표창을 불에 태워버린채 후퇴하는 미군들의 도움으로 남한으로 넘어왔다.


부산 피난 시절 직접 기계를 만들어 남아도는 고철과 미군 물자를 이용해 냄비와 주전자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번 일부 라인을 빌려 사용하던 동양법랑 부산공장을 인수해 1952년 신생공업사를 설립했다.
냄비, 주전자 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직접 용광로에서 철강공업 기술의 모든 것을 익힌 주 사장은 좀 더 큰 사업을 구상했고, 이 때 시도한 것이 통상 함석이라 불리는 아연도철판의 국산화였다.


이 무렵 주 회장에게 고등학교(신의주보고) 동창인 신상초씨(후에 경희대 교수 역임)가 찾아왔는데, 그는 이 회장이 자신을 보냈다며 주 회장과 사업을 합작하자고 제안을 했다고 알려줬다.


주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난 자금이 없다. 제조기술은 갖고 있지만 돈이 모자라 합장은 곤란하다”면서 “대신 자신의 기술료를 20%로 쳐주고 그것을 주식으로 발행해 준다면 합작하겠다”고 새로운 제안을 냈다. 결국 지분 문제를 타결하지 못했으며, 합작은 무산됐다. 만약 주 회장과 이 회장이 합작에 성공했다면 반백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철강산업과 전자산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을지 모른다.


이후 주 회장은 신덕균 동방유량 사장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50대 50의 비율로 1954년 8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국내 최초의 아연도철판생산 설비를 갖춘 신생산업을 설립했고 회사는 함석 국산화에 성공했다. 강관설비 국산화를 이뤄낸 주 회장은 1960년 4월 회사 이름을 일신산업으로 바꿨으며 월남전 특수를 통해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이어 1967년에는 국내 최초로 냉간압연강판공장을 준공,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국내 최초의 철강 기술자 답게 주 회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종합제철소 건립에 대한 꿈을 세워놨다. 김정일 전 일신제강 오류제조 소장(현 현송문화재단 이사장)은 “1964년 일신제강에 입사해 보니 이미 기획실이 종합제철소로 가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컨성팅사의 도움을 받아 구축한 마스터플랜에 따라 주 회장은 종합제철소의 꿈을 단계별로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1975년 계열사였던 일신제강을 흡수합병하는 동시에 사명을 다시 일신제강 주식회사로 바꾼 주 회장은 1977년 인천공장내 제1제강공장을 준공해 전기로 가동에 들어가 원료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내 꿈을 실현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승승장구 하던 일신제강은 하지만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잡고 난 후 1982년 소위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사건’에 연루돼 하루 아침에 흑자 부도를 맞고 회사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당시 정권의 눈에 나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일신제강 채권단은 포스코에 회사 인수를 요청해 1982년 동진제강으로 사명을 바꿨고, 1985년에는 포스코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주식공매 절차를 거쳐 동부그룹으로 매각돼 동부제강(현 동부제철)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부도를 맞을 당시 61세에 나이에 이른 주 회장은 소송을 내서 기업을 되찾자는 주변의 제의에 “결국 내가 잘못 판단해서 그런 것인데 그럴 필요 없다”는 말만 남기고 기업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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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회장의 손길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현송문화재단은 여전히 장학사업과 학술연구지원사업, 청소년 육성 지원 사업, 럭비운동장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일 재단 이사장은 “주 회장은 해방이후 조국 근대화의 어려운 시기에 자력으로 철강기업을 일궈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한국의 제1호 철강기술자'라는 자부심이 큰 주 회장은 끝까지 사람들에게 엔지니어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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