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저점에서 방향을 전환한 글로벌 증시가 5개월 이상 강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증시가 연중 최고치 선두 다툼에 나선 가운데 금 값이 1000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고, 홍콩에서는 467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가 등장했다.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로 추락한 글로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가 자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를 중심으로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자산 인플레는 또 다른 거품으로 변질, 투자자를 다시 한 번 멍들게 할 것이라는 경고다.
◆ 자산시장 '버블' 재현 = 주식부터 원자재, 부동산까지 유동성이 스며들 수 있는 자산시장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3월 저점 이후 FTSE 이머징 인덱스가 99% 급등했고, FTSE세계지수 역시 70% 가까이 올랐다. 미국 S&P500 지수가 60% 가까이 뛰었고, 그밖에 중국과 홍콩, 한국, 브라질 등 각 대륙의 주요 증시가 일제시 'V'자를 그리고 있다.
상품도 마찬가지. 위기 여파로 온스당 700 달러를 하회했던 금 선물 가격이 최근 1200 달러를 돌파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최근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해 말 배럴당 33달러까지 수직 하락했던 국제 유가는 80달러를 넘보고 있다.
금융위기의 한파에 얼어붙었던 홍콩의 부동산시장이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맞물리면서 매도호가가 3억 홍콩달러(467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가 등장했다. 위기의 진원지인 영국과 미국 역시 최근 주택 가격 하락에 제동이 걸렸고, 일부 지역에서 상승 반전이 나타났다.
◆ 또 다른 붕괴 '경고' = 올 들어 자산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단연 유동성이다. 위기 이전의 거품이 레버리지를 동반한 유동성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자산 인플레는 초저금리와 달러화 약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자산 가격 상승은 각 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실물경기보다 자산 가격 상승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 경제지표를 통해 회복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벤 버냉키 미국 연준(Fed) 의장을 포함한 경제 수장들이 '침체 종료'를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제2 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했고, 실업률과 소비 부진도 실물경기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각국 정부와 경제 수장들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자신하면서도 과잉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물경기의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유동성의 힘만으로 자산 가격이 '나 홀로 급등'할 경우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쏟아낸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감상위치(sweet spot, 야구공이 맞으면 가장 잘 날아가는 방망이 위치)를 만들어냈지만 펀더멘털의 회복이 뒤따르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
미즈호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리치유토는 "중앙은행이 쏟아낸 유동성이 소비자 물가가 아닌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통상 이런 형태의 자산 가격 상승은 결말이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시장 주변에 최근의 급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변수가 잠재돼 있다고 판단하며 블랙먼데이와 같은 패닉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했다.
도이체방크의 투자가인 제럴드 루카스는 "주식시장이 V자 회복을 이뤄냈지만 실물경기의 회복은 미약하기만 하다"며 "분명 증시와 원자재 시장은 과매수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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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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