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펀드 판매 기피 '울상', 대기업 계열은 '화색'
자산운용업계가 지원군의 차이로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은행계열 운용사는 은행의 펀드 판매가 주춤하면서 우울한 모습인 반면 대기업 그룹계열사의 운용사들은 늘어나는 수탁고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 판매가 부진하면서 은행계 운용사들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계 운용사는 KB지주 계열의 KB자산운용,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자산운용, 신한금융지주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하나금융지주 계열의 하나UBS자산운용 등이 있다. 기은SG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 등도 각각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든든한 후원자다.
그동안 은행계 운용사는 수천곳에 달하는 지점을 갖춘 은행 덕분에 적립식 등 펀드 판매가 용이했다. 국민은행은 1200개에 달하는 지점망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내 펀드 판매 1위사며 그뒤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랭크돼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KB자산운용은 전체 설정잔액 23조4174억원 중 국민은행이 12조7579억원을 판매, 전체에서 54.5%의 비중을 차지했다. KB자산운용이 5조3682억원 규모의 잔액을 갖고 있어 이 두회사가 77%의 판매 비중을 차지했다.
기은SG자산운용 역시 기업은행이 75%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신한은행이 69%, 신한금융투자(옛 굿모닝신한증권)가 7%를, 우리자산운용은 우리은행이 49%, 우리투자증권이 14%의 판매 비중을 각각 기록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대투증권이 41%, 하나은행이 40%를 판매, 총 81%를 계열 은행과 증권사가 팔아준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각사별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게 업계관계자의 분석이다. A운용사는 한때 20조원에 육박했던 수탁고가 현재 13조원 정도로 급감하기도 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성향 파악 등 펀드 판매에 1시간 이상 소요되고, 과거처럼 캠페인이 걸려있지도 않은데다 소송 등의 우려도 있어 시중 은행 영업점에서 펀드 판매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규 가입이 거의 없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대기업을 낀 운용사들은 늘어나는 수탁고가 반갑다. 지난 7월8일 문을 연 현대자산운용은 영업개시 58일만에 수탁고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주식형 및 파생형이 338억원, 채권형이 1601억원 등에 그쳤으나 머니마켓펀드(MMF)가 6357억원을 기록, 1조원을 달성했다. 머니마켓펀드는 사실상 법인의 대기자금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 자금이 옮겨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강연재 현대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가진 간담회에서 "범 현대그룹주 펀드로 승부하겠다"며 현대 계열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미포조선이 인수한 하이자산운용(옛 CJ자산운용)은 8조원에서 9조원대로 순자산총액이 늘었다. 삼성투신운용은 1년새 8조원이나 증가했고 한화투신운용도 순자산총액이 2조원 늘었다.
운용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런 행태들이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이 속속 등장나면서 업계 전체의 파이를 더욱 나눠먹게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은행이나 대기업 계열에 끼지 못한 중소형사들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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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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