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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일깨워준 투자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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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브러더스 파산 후 1년은 거의 모든 투자자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워런 버핏마저도 '절대 돈을 잃지 말라'는 투자 철칙이 깨지면서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사실 거품이 붕괴되면서 무너져 내리는 자산시장에서 어떤 투자 원칙도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켜주지 못했다. 다만 이번 위기는 깊은 상처와 함께 투자자들이 새겨야 할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 자산배분만으로 시장 리스크 이길 수 없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자산배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크게 금이 갔다. 주식부터 원자재까지 모든 자산이 동반 급락하자 제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한 자산배분 전략도 안전망이 돼 주지는 못했다.

헤지펀드와 같은 대체투자 수단도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마켓타이밍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이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버핏의 말처럼 주식시장은 인내심이 없는 이들에게서 참을성 있는 투자자에게로 자산을 옮겨 나르는 시스템이다.


기술주 버블이 붕괴됐던 2000년대 초반에도 자산배분이 시장 리스크를 온전하게 제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 자산배분의 문제는 투자자들이 늘 작동할 것으로 철썩 같이 믿은 데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자산배분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백신이 신종플루를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모든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무용지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버블을 인식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헤지하는 것은 더 어렵다


"버블이 정점으로 치닫기 전에 그 존재를 알아차리려면 수십만 명의 투자자들이 한결 같이 잘못된 생각에 빠졌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 전 의장이 지난 1999년 했던 말이다. 기술주 거품과 주택시장 버블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실패한 정책자 중 한 명인 그린스펀은 아마 버블의 생성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버블이 붕괴되면서 시장이 온통 공포에 사로잡히기 전까지는 어떤 경고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실제로 예일대학의 로버트 쉴러 교수가 주택시장의 고평가와 붕괴를 수차례 경고했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개의 투자자들은 경고를 받아들이는 것 대신 대체자산을 선택한다. 거품의 생성과 붕괴를 미리 인지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를 헤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절대수익률 펀드나 롱숏펀드가 대표적인 대안 투자처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전형적인 롱숏펀드는 15%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일부 펀드는 40%에 가까운 손실을 내기도 했다. 세상에 완벽한 헤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번 위기는 확실한 헤지 수단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다름 아닌 적정 규모의 현금이다. 거품이 한창일 때 투자자들이 잊고 있었던 바로 그 자산이 최선의 헤지 수단이었던 셈이다.


# 시장에서 '적정 타이밍'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황 속에서는 불가능하지 않다.


운 좋게 시장 방향을 읽어내는 투자자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버핏은 대다수의 투자자는 마켓타이밍에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능력 밖의 일에 매달리다 소중한 투자자금을 잃는다는 것.


반면 투자자 자신의 상황을 근거로 매수나 매도 타이밍을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하루가,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은퇴가 가까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헤아리기보다 시장에 몰입한 투자자들은 재무설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다. 미국 퇴직연금에 가입한 56~65세의 고령자 가운데 40%의 투자자가 2007년 당시 주식 투자비중을 80% 내외로 늘렸다.


투자의 세계에서 '타이밍'은 중요하다. 다만 그 대상이 시장이 아니라 투자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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