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총리 내정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총리후보로 물망에 올랐고 대선후보 영입 '0'순위였던 정 내정자를 총리 내정 전까지 하더라도 여전히 '야권 인사'로 분류하고 있었던 탓이다.
허를 찌른 정 전 총장의 총리 내정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당황스럽다"로 일치됐다. 한 재선의원은 최근 정 전 총장을 만난 일화를 털어 놓으면서 "총리직을 수용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고, 이강래 원내대표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정 전 총장에게) 속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털어 놨다.
당장 개각에 임명된 총리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송곳 검증을 통해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재보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기획했던 민주당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4일 "인사청문회를 통해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 사퇴 효과를 기대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 전 총장의 내정으로 허탈한 감이 없지 않으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기회를 그냥 버릴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내정자의 과거 논문표절 여부부터 각종 강연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비판 발언을 집중 조명할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4대강 건설에 대한 입장이 번복되고 있는데 인사청문회에서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영민 대변인이 "정 내정자가 MB정권의 경제정책, 특히 4대강 문제에 부정적인 발언을 해왔던 것에 비쳐보면 대통령과 총리의 조합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복 바지에 양복 상의를 입은 것 같다"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는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그동안 너무 도덕성 측면에 많이 무게를 두고 따지다보니까 공직을 맡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흠집 내기로 변질되어 온 경향이 있다"고 야당의 공격에 철저한 방어로 맞설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 고민은 청문회뿐만 아니라 정 내정자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에 맞물려 중도층의 관심이 여권으로 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컨설팅업체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MB발 정치개혁 제안으로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전 총장의 총리임명은 이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여야는 13인으로 이뤄진 '인사청문회특위'를 구성하게 된다. 15일 이내에 심사를 마무리해야 하며 총리의 임명동의안은 국회 재적인원 과반수가 출석한 가운데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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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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