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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하기만 할까요, 댓잎에 바람이 불면..."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담운(覃雲) 이일구 작가(KBS 아트비전 미술제작국장)의 그림을 보면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움직이는 듯하다. 동양화의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서도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필치가 느껴진다.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앞두고 작가와 만나 직장생활에서도 화단에서도 인정받은, 평범한 직장인들로서는 다소 샘이날 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서당에 다니고, 추사 김정희의 고택에 드나들면서 자연스레 문인화와 서예를 접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은 장남인 제가 그 당시 시골에서 제일 '알아주는' 면사무소 서기가 됐으면하고 바라셨지만 '환쟁이'의 길로 들어서게 됐죠."


그는 생활인으로서 현명한 선택을 했다. 전공도 살리고 자식으로서의 의무도 다할 수 있도록 KBS에 입사해 방송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을 하게 된 것. '용의 눈물' '역사스페셜' '인간극장'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의 캘리그라피(글씨디자인)가 모두 그의 솜씨.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어느새 그림은 손에서 멀어질 만도 한데 이 작가는 안정적이고 열정적인 직장생활을 해 내면서도 자신만의 그림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9시쯤 되요. 그 때부터가 저만의 작업시간입니다. 그림그리는 것이 너무 즐거우니까 힘든 줄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새벽 2~3시까지 작업을 하곤 하지요."


그는 직업인이 아닌 화가로서만 이룰 수 있는 최고 영광인 국전(대한민국미술대전)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직장에 메인 몸이지만, 전업화가가 아니라는 것이 정신의 자유를 불러왔다.


"마음과 작품이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린 대나무 그림을 보면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방향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보면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문인화를 그리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인화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작업입니다. 서양화는 잘못되면 덧칠이 가능한 '면의 예술'이지만, 문인화는 한번의 기회에 한 획을 긋고 잘못되면 교정할 수 없는 '선의 예술'이지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고 내가 그리고자 하는 형상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 작가는 그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작업이지만, 나이가 드니 욕심을 버리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게 계속 발전하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예전에 그린 것들을 보면 부끄럽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것같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선 하나를 더 그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전시회를 앞두고 미술에 입문하는 관람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청하자 그는 "세상에 잘못된 예술가는 없다"면서 "내가 봐서 마음에 와닿는 그림이 최고"라는 말을 전했다.(02-736-1020)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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