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정을 찾는 듯했던 미국 은행권이 최근 지방은행들의 파산이 줄을 이으면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 주(州) 몽고메리 소재 대형은행인 콜로니얼뱅크가 파산했다. 자산 250억달러인 콜로니얼의 파산은 지난해 미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과 인디맥의 파산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1981년 설립돼 5개 주(州)에 걸쳐 346개의 지점을 둔 콜로니얼은 플로리다 등지에서 모기지와 건설 프로젝트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실시해왔다. 급기야 부동산 붐이 한창일 당시 당국으로부터 대출 규모를 축소하라는 경고까지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에도 아랑곳없던 대가는 혹독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이어 금융 위기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경영에도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는 콜로니얼에 5억달러를 지원해주는 대가로 3억달러를 민간에서 자체 조달할 것을 요구했다. 콜로니얼은 올해 3월 모기지업체 테일러, 빈 앤 위태커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셈이었지만 지난달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국을 맞게 됐다.
콜로니얼의 지점과 예금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중재에 의해 노스캐롤라이나에 본거지를 둔 지역은행 BB&T로 넘어가게 됐다. 11개주에서 영업하고 있는 BB&T는 콜로니얼 인수로 미국 내 예금 자산 기준 8위 은행으로 부상하게 됐다.
한편 콜로니얼과 함께 같은날 4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들 은행의 파산 사유 역시 콜로니얼과 다르지 않다. FDIC는 네바다 주의 커뮤니티뱅크 오브 네바다, 애리조나 주의 커뮤니티뱅크 오브 애리조나, 유니언뱅크 등 3곳을 추가로 폐쇄했다고 밝혔다. 또 제2 금융권 감독기구인 저축은행감독청(OTS)은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소규모 저축은행인 두웰링 하우스 세이빙스 앤드 론 어소시에이션 자산 대부분을 PNC 파이낸셜 서비스그룹에 매각했다.
이로써 올 들어 파산한 미국 은행 수는 7월 1일 이후에만 32건에 달하는 등 총 77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1992년 저축·대부조합(S&L)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
미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파산이 줄을 잇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힘입어 2분기(4~6월) 골드만삭스가 창사 140년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씨티그룹, JP모건 등 대형은행들이 양호한 실적으로 쏟아낸 것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업용 모기지 부실 증가로 향후 지방은행들의 파산은 한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국의 초조함은 더하다.
FDIC의 3월 말 기준 예금보험기금 잔액은 130억달러로, 일각에서는 은행 파산이 늘어날 경우 보험금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부실 규모가 큰 지방은행의 부실자산만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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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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