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은행들이 유동성을 실물경제로 공급하지 않아 질타를 받는 가운데 기업들도 '돈줄'을 움켜쥐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건전성을 해치거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투자와 자금 거래에서 손을 놓은 것.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는 지난 2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현금성 자산은 총 975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12.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8%를 밑돌았다.
이 같은 현금 비축은 GE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6월 말 현재 S&P500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9800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8.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조6000억 달러(6.4%)에 비해 24% 가량 늘어난 것이며, 10년래 최대 규모다.
리보금리부터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까지 각종 금융시장 지표는 신용경색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정작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시장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 부도율은 10.7%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8월 금융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금융권의 부실자산 상각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했다.
노던 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카스리얼은 "기업들은 여전히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말 그대로 현금이 왕"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8379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1098억 달러로 집계됐다. 정부의 구제금융이 은행권에서 실물로 파급되지 못하는 것처럼 금융시장에서 기업이 조달한 자금 역시 성장 엔진을 가동하는 데 투입되지 못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의 채권 부문 이사 조나단 파인은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무관리와 자금 운용에 관한 관점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의 뼈아픈 고통을 잊기 전까지 기업은 현금 비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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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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