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의 3분의 1이 지연
대금수금도 그만큼 늦어져
인건비 추가상승 등 부담
조선업계가 수주 감소 및 수주분 취소에 이어 선주들이 발주한 선박의 건조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박 건조 날짜가 연기될 경우 대금 수주가 늦어지게 돼 이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을 조선사가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해사 컨설팅 업체 AXS 알파라이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기준 전 세계에 걸쳐 수주가 확정된 컨테이너선들중 건조 완료 일정이 지연된 물량이 180만TEU(20만피트 컨테이너)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조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수주 잔량이 955척, 542만TEU에 달했던 점을 미뤄볼 때 약 3분의 1에 달하는 물량의 건조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건조 완료일이 연기된 선박은 총 160만TEU(168척)에 달했으며, 건조 완료 기간은 평균 8개월에서 2년 후로 미뤄졌다. 보고서는 현재 일부 선주와 조선사간 선박 인도 연기를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 향후에도 인도 지연이 더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의 건조 일정 연기는 조선사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통상 조선소가 선박을 건조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2~3년 정도가 소요된다. 국내 조선사의 경우 선박을 수주한 후 건조기간 동안 벌어질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헷징을 하는데 헷징 방법은 대부분 선물환 매도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선박이 제 일정대로 인도가 되면 그간 환율이 바뀌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박 인도 시점이 연기될 경우 선주들로부터 받을 잔여 선박 대금 수금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에 헷징한 금액은 회계 장부상 목적이 투기 바뀌어 환율이 오르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06~2007년 당시 평균 원-달러 환율이 900원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1200~1300원 수준까지 치솟아 상승 분만큼 조선사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 같은 선박 인도 연기로 인해 올해 2ㆍ4분기에만 떠안은 외환손실 규모가 1704억원에 달했으며, 다른 조선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인도 일정이 연기되면 금융 부담 이외에도 건조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추가 상승하고 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사에 대한 대금 결제 부담 상승 및 다음 선박 건조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등의 문제를 안게 된다"면서 "이는 대형 조선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취약한 중소형 조선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같은 기간 선주들이 발주했다가 취소한 선박은 총 17만TEU에 달했으며, 그 중 15만TEU가 해운업계가 사상최악의 경기로 접어든 작년 10월 전후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특히 건조작업이 시작 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취소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으며, 이러한 경우 대개 다른 선주에게 인도됐다.
따라서 보고서는 건조연기와 발주취소 때문에 본래 금년 건조완료 예정이었던 34만TEU 에 달하는 선박들이 내년 혹은 그 이후 인도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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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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