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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늘수록 배부르다' 美 모기지 딜레마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됐던 미국 주택 모기지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오바마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각종 인센티브를 포함한 당근책에도 모기지업체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주 미 정부가 주요 모기지업체 대표들을 수도 워싱턴으로 불러 주택 모기지시장 혼란 해소를 위한 논의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미 정부는 모기지업체들에게 채무자들에 대한 고용 증대와 교육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 재원 규모를 확대해 채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는 사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기지업계 관계자들과 관련법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 모기지시장 문제 해결에 동기 부여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까지 나왔다.

모기지업체들이 정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채무자들의 원금 상환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를 모기지업체들이 포기하면서까지 정부의 뜻에 따르겠느냐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는 현 상황에서 뾰족한 수입원이 없는 모기지업체들에게 있어 대출 연체수수료는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 창구 중 하나다. 미 모기지업체들은 모기지 대출 상환 연체 시 채무자들로부터 일반적으로 월 6%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고 있다. 2007년 미국의 모기지업체 옥웬 파이낸셜은 총 수입의 12%를 대출 수수료로 채우기도 했다.


따라서 미 정부가 모기지업체들에게 제시한 인센티브 정책이 과연 채무자들로부터 얻는 대출 연체수수료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


지난 2월 미 정부는 모기지업체에 채무자의 모기지 조건을 완화해 줄 경우 건당 1000달러, 채무자가 3년간 모기지 계약을 지속할 경우 매년 1000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모기지업체들이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얻는 이익은 대출 연체료 수입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형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에서 모기지 판매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디키는 "모기지업체들이 대출 수수료를 포기할 경우, 정부로부터 쥐꼬리만한 돈 밖에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기지시장 문제 해결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소심한 대책을 꼬집었다.


한편, 미국의 상반기 주택 차압 건수는 84가구중 1가구에 해당하는 150만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정부로서는 모기지업체들을 달랠만한 확실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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