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무라 홀딩스에서 아시아 사업부문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맡아 온 자스짓 바탈(Jasjit Bhattal)이 올 연말 물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28일 표명하면서 전 리먼 브러더스 출신들 사이에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바탈이 회사를 떠남으로써 입장을 대변해 줄 인물이 없어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바탈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브라이언 오코너 부사장까지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먼 출신들이 줄줄이 짐을 싸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자스짓 바탈의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29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자스짓 바탈은 1990년대에 리먼에 발을 들인 이후 20년 가까이 투자은행 부문과 아시아에서 터를 닦아온 인물로 리먼 파산 전까지는 아시아 태평양 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노무라가 자신이 이끌던 아·태 부문을 인수할 당시 그는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을 이끌어낸 실력자로 리먼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그는 3000명에 달하는 리먼 아·태 부문 인력의 고용보장과 500명 가량의 뱅커들에게 향후 2년간 보너스를 보장해 달라는 조건으로 2억2500만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리먼이 노무라로 흡수된 후에는 양쪽 모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양사의 보수 체계와 동서양의 사고차이 및 기업문화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태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제를 극복하고 리먼과 노무라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탈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FT는 전했다.
노무라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부문 사장인 시바타 다쿠미는 "바탈은 올 연말 아태 부문 CEO에서는 물러나지만 그 동안의 경력을 살려 투자전략 등을 전수해주는 자문으로서의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양사 합병에서 바탈이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그는 앞으로도 노무라의 사업을 확장하는데 한층 더 강화되고 깊이 있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노무라가 리먼의 핵심적 존재를 잃었다"며 "리먼 합병효과가 뒷걸음질칠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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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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