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지속 메리트·자녀양도땐 증여세 부담도 적어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면서 대기업 오너 일가가 어김없이 지분 확대에 나섰다.
하반기를 앞두고 주가가 재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분 확대의 기회로삼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세의 지분 취득도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가에 따라 책정되는 상속 및 증여세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해상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은 5만2460주를 추가 취득, 지분이 기존 21.74%에서 21.80%로 0.06%P 늘었다. 장녀인 정정이(25)씨와 외아들인 정경선(23)씨도 각각 1만5700주, 2만8500주를 늘려 0.03%(2만7000주), 0.15%(13만3570주)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평균 매입단가는 1만5500원으로 총 매수 규모는 15억원이다. 경선씨는 지난 2006년 5월18일 2000주를 신규 취득한 이래 3년에 걸쳐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오고 있다. 정이씨는 2007년6월22일 3100주를 처음으로 사들인 이후 지난해 6월 8800주를 추가 취득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지분을 늘렸다.
허용수 GS홀딩스 상무의 차남인 허정홍(5)군도 최근 27만3000주를 장내 매수했다.정홍군의 주식 매입규모는 80억원대로 이번 주식취득을 통해 GS홀딩스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홍군의 형인 석홍(8)군도 이미 220억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도 최근 몇천주 단위로 자사주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만85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이번달에도 7500주를 추가 취득했다. 총 매수 규모는 6억원이다.
약세장은 으례 오너와 재계2~3세들의 지분확대 기회로 활용돼 왔다.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12월 무림페이퍼 창업주 이동욱 회장은 지분 일부를 아들 이도균 이사에게 넘겼으며 같은 시기 조창걸 한샘 회장 자녀들도 지분을 늘렸다. 앞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현승담씨도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동양메이저 주식을 샀다. 이로써 직전 74만1644주였던 승담 씨 보유 주식 수는 총 83만1754주(0.97%)로 9만주가량 증가했다.
대기업 오너일가가 약세장을 지분 확대 기회로 활용하는 이유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저가 메리트 외에 세금 문제때문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주가하락기에 자녀에게 지분을 물려주면 증여세 부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세금이 증여당시의 주가를 반영해 책정되기 때문에 상속 및 증여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며 "이에 대기업뿐만이 아니더라도 기업 오너들이 주가하락기를 경영권 상속을 위한 증여나 매수 시기로 활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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