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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행복노래(老來) 프로젝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한 노인복지관에서 동화구연 강사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신문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에 웃으며 율동을 따라 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해집니다.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에게 은연중 점잖음을 강요당하는(?) 어르신들에게 동화구연 강사 교육을 시킨다는 건 신선한 발상입니다. 노인들에게 권위를 벗어 던지라고 수천번 말하는 것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눈높이와 몸짓이 변하면 생각마저도 자연스레 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남구청은 어르신이 오면 행복하다는 뜻의 ‘행복노래(老來)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그 동안 노래나 댄스 일색이던 노인대상 문화 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합니다. 수강생 박춘자 할머니(69)는 “한번 놀고 마는 소모적인 모임이 아니라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배워서 좋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노인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며칠 전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인권위원회에서 노인인권 보호를 위해 결성한 ‘노인인권지킴이단’ 단원 자격으로 서울시내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습니다. 60대에 퇴직한 4명의 남성들과 함께 갔는데 제 역할은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들은 70~80대로 비교적 거동이 자유로웠습니다. 그날은 할머니들을 모시고 야외나들이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저와 짝이 되신 한 할머님은 노골적으로 저와 동행하신 멋쟁이 한 분을 지적하며 짝을 바꾸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연세에도 젊은 할아버지가 더 좋긴 좋은가 봅니다.



방문한 노인요양시설은 할머님들만 입소가 가능한 곳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지내는 곳에는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멋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사랑싸움으로 소란스럽다는 것이지요.



나이를 불문하고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듯 싶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 소란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할머니들만 모아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이성이 한 공간에 있으면 상대를 의식해 좀 더 청결에 신경을 쓸 것이고, 좋아하는 이성 노인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할머니들의 얘기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이야기 상대가 그리운 듯 쉴새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셨습니다. 서로 질세라 얘기 하는 모습을 보니 흡사 개구쟁이 아이들 모습 같기도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할머님들의 모습이 밝고, 건강하신 듯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동행한 60대 남자분은 자기도 나이가 좀 더 들면 친구들과 함께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외톨이로 사는 모습보다는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곳이 훨씬 행복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은 요양소 생활이 불편하진 않지만 이구동성으로 뭔가 할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한평생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오신 분들이라 뭔가 일을 해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것 같습니다. 노인들에게 적당한 소일거리를 찾아 주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그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길이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인봉양과 노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가까운데 있습니다. 그날 만난 할머니들 중 대부분은 가족이 없다고 말했지만 복지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득 일본의 한 노인요양시설의 슬로건이 떠오릅니다. ‘개호 (수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가족은 사랑을’ 이라는 문구입니다. 요양시설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부모를 맡기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겠지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여러분의 노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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