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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똑똑한 여자는 사랑에 목숨걸지 않는다

시계아이콘02분 15초 소요

<섬진강 매운탕 집 뒤뜰에/ 큰 항아리 가득 참게가 들어 있는데/

그 항아리 뚜껑이 없어/ 다 도망가지 않을까 물으니/

걱정 없지요/ 참게란 놈들 참 이상한 동물이어서/

한 놈이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밑에 다른 놈들이/

꼭 그놈 다리를 붙잡아/ 끄집어내려 놓고 말지요/

아무리/ 뚜껑을 열어놓아도/ 결국 한 놈도 지척인 강으로/ 못 돌아간다는/

참게 이야기를 듣다가/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다/ 그만 섬뜩해집니다.>



참게들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서로 자기만 도망치려다가 항아리 속에 갇혀 있는 그들의 모습이 처량하기도 합니다.

몇 시간 후, 며칠 후 매운탕감이 될 처지에 있는데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삶의 터전인 섬진강으로 도망치기 위해서는 서로 끌어내리지만 않으면 될 텐데 ‘정말 미련한 놈들이구나.’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시장에서 참게를 사본 적이 있습니까? 그들은 항아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합니다. 게가 한 마리밖에 없을 때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덮개를 씌워야 합니다. 그러나 두 마리 이상일 때는 덮개가 필요 없습니다. 한 마리가 밖으로 빠져 나가려고 하면 다른 게가 끌어내리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려다가 남도 죽이고 자신도 죽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런 그의 미련한 행동 때문에 자신이 결국은 최후의 피해자가 되는 셈입니다.

참게들이 살 수 있는 길은 단순합니다. 한 마리가 팔다리를 쭉 뻣고 그냥 누워있으면 됩니다. 그 위를 다른 참게들이 거쳐 가기만 하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누워있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기지만 않더라도 항아리 속을 빠져 나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김인호 시인-그는 번뜩이는 시인의 감성으로 참게의 모습을 보며 이처럼 참게가 참게를 잡아당기는 세상을 들여다봤습니다. 나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게 묶고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 일뿐이라는 지혜를 찾아낸 것이지요.

그들이 서로 살기에 급급해 서로 끌어당기다가 같이 죽어가는 길을 택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현재를 떠올려 봅니다.



지금 우리는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여러 모습의 현장을 지켜보며 때로는 실망으로, 좌절로, 두려움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광고주와 일부 언론사,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 국민켐페인), 그리고 산업현장의 갈등을 접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다투기를 즐기는 민족인가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특히 정치권에 생각이 머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반성도, 개선도 없는 국회를 떠올리면 마음이 답답해지기까지 합니다. 핵분열의 회오리 속에 휩싸여 있는 여당이 그렇고, 생각이 다르면 토론과 협상의 과정을 무시한 채 실력행사를 밥먹듯이 하는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떠올리는 것이 네슬레라는 회사입니다. 정치권, 노사현장의 갈등얘기를 하면서 왜 갑자기 네슬레를 꺼내느냐,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치는 같습니다. 함께 사느냐, 혼자만 잘 살려고 안간힘을 쓰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불황속에서 허덕일 때 이 회사의 경우 ‘불황은 남’의 일입니다. 그 비결은 함께 사는 길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84개국에서 짭짤한 장사를 하고 있으니 왜 시샘이 없겠습니까?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을 했더라면 네슬레 역시 불황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네슬레는 세계 최대의 식음료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대표상품인 네스카페는 1초에 3000 잔이 팔린다고 합니다. 취급하는 브랜드만도 6000개에 달해 하루 팔리는 물량이 10억 개라고하니 정말 대단한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불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나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슬레가 있어야 우리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의식을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고객을 가까이에서 연구하고 공생관계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잘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입니다.



이 회사가 인도에서 특히 잘 나가고 있는 이유를 보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인도의 모가 밀크 지구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우유집하작업이 중단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합니다. 농민이 우유 납품량을 노트에 기록하고 집하 책임자가 대장에 이를 기입하면 매달 틀림없이 돈이 지급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우유를 납품하면 반드시 현금이 들어온다는 50년 동안의 신뢰가 쌓여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저소득층이 대부분 냉장고가 없고 집이 좁아 하루에 두번 장을 본다는 점까지 고려해 마케팅을 할 만큼 소비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상에 맞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SERICEO 자료인용)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보통사람은 경험에서 배운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둔한 사람은 경험에서조차 배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참게가 참게를 잡아당기는 세상, 그래서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세상속으로 우리는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한 신문에 정명훈씨가 한말이 유난히 마음속에 와 닿는 아침입니다. 그는 음악=듣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싸움하는 장소에서 베토벤을 들려주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똑똑한 여자는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합니다. 똑똑한 기업은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기업입니다. 똑똑한 정치인은 국민의 소리를 잘 듣는 정치인입니다. 참게의 모습을 보며, 네슬레의 상생모습을 떠올리며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않는 사회가 똑똑한 사회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는 하루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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