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력 실종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6월 국회 개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의 막판 버티기 신경전으로 보름넘게 공전하면서 여전히 시계제로의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양당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신경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민주당의 개회조건을 둘러싼 공방이 1차적인 이유지만, 지금 밀리면 6월 국회가 개회해도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책임자 처벌, 특검, 국정조사 등 민주당의 요구를 일축하며 "국회가 개회하는데 조건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국회 검찰개혁특위 설치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조문 정국을 악용하며 민생법안이 산적한 6월 국회 개회에 발목을 잡는다는 부담감을 가중시키며, 당장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는 비정규직법도 7월에 대량 실업사태를 불러온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노 전 대통령 조문 정국으로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터라 국회 개회부터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강경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한풀 꺾였지만 당내 쇄신을 두고 치열한 계파싸움을 이어간 것도 여전히 아킬레스 건으로, 당장 6월말 쇄신위가 내놓을 안에 따라 또 한번의 당내 분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국회 개회에 무슨 요구가 필요한가, 일단 국회를 개회한 다음 대정부 질문등을 통해 따질 건 따지고 미흡한 것은 다시 조율해서 논의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조문정국에서 동력을 얻어 개회조건을 내걸었지만 언제까지나 두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한나라당 단독 개회등의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자칫 민생을 저버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은 한나라당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차후 논의하고, 자유선진당도 찬성한 특검등으로 요구 조건을 완화해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아무것도 협조하는 게 없는 상황에서 국회를 열 순 없다는 강경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빈손으로 국회에 들어가면 과연 뭘 할 수 있겠는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 건너가고 한나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마냥 쳐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형오 의장이 "개회에 대해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대승적 결단을, 야당은 전제조건의 고리를 스스로 끊는 결단을 이제는 내려야 한다"고 국회 개회를 호소하고 나섰지만, 불신에 바탕을 둔 정치력 부재로 인해 6월 임시국회는 자칫 7월 임시국회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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