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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공연 맞아?" 국악의 놀라운 변신

'노력파'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국악연주에 맞춰 마술쇼와 플라멩코 춤이 펼쳐진다. 플라멩코 댄서의 발구름 소리는 또 하나의 타악기가 되어 공연장에 울려퍼지고 흥에 겨운 라틴 댄서들이 국악관현악의 리듬에 맞춰 차차, 자이브 등 열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언뜻 부조화해 보이는 이런 퍼포먼스들은 '국악'이라는 깊고 큰 그릇에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가져다준다.

명창이 불러주는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에서는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박장대소가 터져나온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심어 박을 타보니 돈과 쌀이 나왔다. 쌀로 밥을 지으니 굶주린 흥보네 29명의 아이들이 홀딱벗고 밥통 속으로 들어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이 대목에서는 아이들이 꺄르르 자지러지고, 흥보와 아내가 발가벗고 밥통 속으로 들어가 밥을 먹다가 막내가 생겼다는 대목에서는 어른들이 으하하 넘어간다.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주최의 '창신제(創新祭)'는 놀라움과 흥겨움 그 자체였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무게잡지 않고 관객들에게 은근슬쩍 다가가 '국악의 재미는 이런 것'이라고 일러준다. 이런 연주와 연기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우리 국악의 음색이 마술이나 춤 등 화려한 퍼포먼스에 묻히기는 커녕 오히려 비주얼을 등에 업고 도드라져 귀에 와 닿는다는 것. 특히 플라멩코·차차·자이브와 피아노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진 창작곡은 쉬운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성큼 다가갔다.


연주자들과 관객들은 그 어느 무대에서보다 가깝게 교감했고, 때마침 감기가 유행이라 무대와 객석이 콜록거리는 기침소리로 요란했지만 그 마저도 판소리 무대에서는 살아있는 소재로 쓰였다. 마음놓고 기침할 수 있는 공연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신세계다.

공연을 보면서 무릎을 치며 감탄하는 한편, 우리 국악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 왔음을 느낄 수 있어 조금은 마음이 아리기도했다. 우리 가락이 우리 곁으로 오기위해 끊임없이 손짓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는 어디를 보고 있었던 것일까.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한국 전통음악의 계승과 새로운 창작을 위해 지금껏 노력해 왔다. 1965년 한국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창단한 이래로 국악계와 여러 예술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해오고 있다.

매년 10여차례 공연을 펼치면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새로운 것 새로운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의 화합과 공존을 위해 여러 민속악기들과 우리악기가 어울어지는 무대, 국제성을 띄는 민속음악을 만들어왔다.

또 해마다 여름이면 어린이들에게 우리음악을 알려주기 위한 어린이음악회도 꾸준히 열었다. 한편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획과 실험적인 공연 등도 꾸준히 만들었다. 이런 새로운 시도 속에서 전통적인 기법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테크닉들을 개발해 왔고, 사람들이 시선을 불러 모아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노력파' 악단이 바로 서울시국악관현악이다.

초대 유기룡 단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후, 민속 음악의 대부 지영회, 작곡자 김희조를 단장으로 초빙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인 국악관현악의 시대를 열었다. 이어서 한만영, 김용진, 김용만, 김영동, 이상규, 김성진 등 음악계의 대가들을 지휘자로 영입해 국악관현악단으로서 발전을 거듭났고 현재는 임평용 단장의 지휘아래 뛰어난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통음악의 창조적 계승과 새로운 창작음악의 보급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서울시 국악관현 악단은 창단 이후 오늘날까지 정기 연주회 및 특별연주회를 통해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국악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으며, 다수의 해외공연을 통해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해 오고 있다.

또한 전통음악에 바탕을 준 현대적인 수많은 창작 관현악곡을 위촉, 발굴해 창작음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기획공연을 통해 대중들이 우리음악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도록 끝없는 노력을 해왔다. 이런 악단의 땀방울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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