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 데다 고용 악화가 진정되고 있다는 낙관론이 가세하면서 국채 가격 하락 압력을 높였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에 불을 당겼다.
◆ 국채 수익률 급등, 2년물 1% 넘어 = 이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83%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장중 3.8972%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1월4일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주목할 부분은 2년물 국채 수익률이다. 10년물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사이 1% 아래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2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며 1%를 뚫고 오른 것. 이날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30%를 기록, 전날보다 34bp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최근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FRB 내부에서도 제기되자 투자가들 사이에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연내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국채 선물은 연방기금 금리가 오는 11월까지 최소한 0.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70%로 반영했다.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도 국채 수익률 상승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9.4%로 26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동시에 전문가 예상치인 9.2%를 웃돌았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 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에 다시 불을 지폈다. 5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34만5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4월까지 6개월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 FRB 금리인상, 현실성은? = 시장 지표는 연내 FRB의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노동 시장이 안정되면 가계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활기를 되찾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채권 부문 책임자인 브라이언 에드몬드는 "투자자들 사이에 FRB가 머지않아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며 "특히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FRB 내부에서도 아직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고,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상당 기간 잠재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긴축보다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퍼리스 그룹의 전략가인 존 스피넬로 역시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
◆ 금리 상승 경기회복에 '毒' =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FRB가 장기물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1%포인트 가량 올랐다. 경기가 살아나기도 전에 섣불리 제기된 금리 인상론이 오히려 회복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을 높일 수 있고, 주택뿐 아니라 신용카드 연체를 부채질해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는 금융시스템을 또 다시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 시장의 바닥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지만 압류와 모기지 연체는 여전히 상승 추세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연체 또는 압류 상태에 있는 모기지 비율은 1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말 11.9%로 뛰어오른 데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모기지 부실이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 등급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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