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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사진과 회화 속 누드와 글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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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명화(名畵) 속 관능(官能)

[마니아] 사진과 회화 속 누드와 글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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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하고 싶은 주제가 바로 여성의 몸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사진이나 회화에서 어김없이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누드가 중요한 이슈로 선택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재미난 대목이 있다. 바로 여성의 나체(裸體)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각이 각 장르의 특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진작가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여체는 ‘균형 잡힌’ 몸매나 목선에서 떨어져 가슴과 허리, 그리고 둔부로 이어지는 유연한 윤곽선의 아름다움, 신선한 용모를 표현하는데 포커스를 잡고 조리개를 조이기 마련이다. 반면, 그림 속 누드화에 등장하는 여성모델은 얼핏 봐도 과체중을 우려할 만큼 중량감이 나가며, 풍만함(글래머)이 액자에 가득하다.


왜 그럴까. 이는 카메라가 갖는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여성의 피사체를 고스란히 노출 시킬 수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사진작가들이 세련된 윤곽미와 탄력 있는 볼륨을 가진 패션모델이나 무용수들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초래한 결과다. 여성의 몸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군더더기 지방덩어리가 인화된 사진 속에선 매우 불편한 자태로 나타지기 때문이다.

반면 회화 속 여성의 나체는 전적으로 작가의 눈을 통해 한번 이상 걸러진 채 강조와 생략을 통해 재탄생된다. 일부는 젖가슴을 극단으로 강조해 관능미를 부각시키는 가하면, 둔부에 포인트를 줘 여성의 모성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플랑드르의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의 역작 레우키포스딸들의 납치(강간)(The Rape of the Daughters of Leucippus)를 살펴보자.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나체를 보면 필요이상 풍만하게 강조된 몸을 느낄 수 있다.


[마니아] 사진과 회화 속 누드와 글래머 Rubens - The Rape of the Daughters of Leucippus, 1618, Oil on canvas, 88x82.875in, 224x210.5cm, Alte Pinakothek, Munich


그림에 등장인물을 자세히 보면 여느 인간들의 형상과 좀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이들은 인간이 아닌 그리스신화 속 신들의 모습이다. 재미난 것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신들은 인간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희노애락을 그대로 겪는다. 또한 인간처럼 실수도 종종 저지른다. 간통도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강간까지. 한마디로 골칫덩어리 신들인 셈이다.


그림 속 장면도 제우스의 아들 카스토르(Castor)와 폴룩스(Pollux)가 말을 타고 나타나 레우키포스의 두 딸을 강제로 납치(혹은 강간)하는 그리스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레우키포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메세네의 왕으로, 그의 딸 힐라이라와 포이베는 제우스의 아들들에게 납치되어 각각 그들의 아내가 된다.


그림에는 여인들의 금발머리와 분홍빛 얼굴, 풍만한 육체 등이 매혹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갑자기 놀라 앞발을 높이 쳐들고 뛰어오르는 회색 말과 여인들을 납치하는 두 남성의 모습에서 생동감과 함께 넘치는 힘이 확연히 느껴진다.


만약 이런 장면이 사진으로 표현된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이 정도의 덩치를 가진 여성모델을 구하기조차 힘들었으리라.


그림을 다시 보면, 말에서 뛰어내려 두 여인을 한꺼번에 말에 태우려는 남자와 말 위에 탄 채 한 여인을 끌어올리는 남자의 난폭한 힘의 표현은 동물적인 힘과 남성의 원시적 폭력성을 암시하는 동시에 나약한 여인의 모습을 대치시켜 오히려 여성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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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대각선과 수직선으로 배치하고, 여인들의 밝은 살결과 남성들의 구릿빛 피부색으로 풍부한 색채의 대조를 이뤄 빼어난 조형미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놀라 날뛰고 있는 회색 말과는 달리 여유 있게 서 있는 밤색 말의 옆에는 에로스(로마신화의 큐피드)가 매달려 있는 것은 작가의 애교로 봐줄만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여성의 나체에 대한 접근은 이처럼 사진, 그림, 조각 등 장르적 관행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왔고, 사람들에게 특유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시키는 데 적지 않은 일조를 해왔던 것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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