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선 놓고 팽팽한 신경전 이뤄져..기대감과 현실의 거리 좁히기
울고 웃었던 한 주였다.
1400선을 훌쩍 넘어서며 장을 마감했던 지난주와는 달리 이번 한 주는 1400선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경기회복에 대한 시그널과 경기가 여전히 위축돼있다는 냉혹한 지표가 반복되면서 지수 역시 오르락 내리락 흐름을 반복한 셈이다.
주 초반의 주식시장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보고서에서 고용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11일 코스피 지수는 장 중 1420.31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새로 쓰기도 했다.
다만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와 고용보고서까지 모두 발표되자 이벤트가 없다는 우려감이 지수의 발목을 잡으며 장 막판에는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12일에는 금융주의 흐름이 눈에 띄었다. 미국 증시에서 일부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하기로 결정, 증자를 발표하자 주가 희석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하면서 국내 금융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전까지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주의 강세가 특히 두드러졌던 만큼 미 은행들의 증자 결정은 금융주의 차익실현을 이끌어내는 강한 신호탄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전체 지수의 하락세를 유도했다.
하지만 투자심리는 상당히 강했다. 오히려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하게 등장하면서 하루만에 시장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미 주택경기의 바닥이 보인다'는 한 마디가 투자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며 '그린스펀 효과'를 톡톡히 이뤄냈다. 그린스펀 효과 덕에 13일 코스피 지수 역시 반등했지만, 이날 중요한 시그널이 포착됐다.
그간 연일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던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루 이틀의 차익실현을 갖고 전체적인 추세를 논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증시와 거의 비슷한 대응을 해왔던 대만증시에서도 외국인이 매도세로 방향을 틀었던 만큼 이날의 매도세가 갖는 의미는 지수가 단기고점에 근접해있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지면서 지수의 상승폭을 줄이기도 했다.
14일에는 시장을 지지해줄 만한 받침대가 전혀 없었다. 5월 옵션만기일을 맞이하며 프로그램 매물이 적지 않은 규모로 쏟아진 가운데 기관은 물론 외국인까지 매도세로 일관했다. 개인들이 나홀로 매수세를 유지하며 고군분투했지만 매물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코스피 지수는 1380선대까지 추락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자 그간 외국인이 집중 매수하며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철강금속, 금융주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15일 지수는 다시 반등에 나섰다. 코스피 지수는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1400선 회복에는 실패했다. 외국인이 철저히 '눈치보기' 전략을 사용하며 관망흐름을 유지했고, 개인의 매수세와 프로그램 매물이 팽팽히 맞서는 흐름이 줄곧 연출되면서 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됐을 뿐 아니라 고점을 점차 낮춰가는 움직임도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 주 역시 지수의 하락 가능성은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수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만한 모멘텀이 없는데다 지나치게 높아진 눈높이때문에 각종 경기지표 등이 실망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지수 및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발표됐지만 오히려 지수는 하락했다.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져있는 상황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지표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대감이 현실과 괴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한 주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