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쇄신 항해가 출발부터 좌초위기에 휩사였다.
4.29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에 휩싸인 주류 친이는 부랴부랴 친박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냉랭하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띄우고 당 쇄신의 깃발을 잡은 박희태 대표는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자리 주고 손잡고 일하는 게 믿음 쌓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냐"면서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인데 매우 좋은 시작으로 계파는 봄눈 녹듯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을 방문중인 박 전 대표는 6일 (현지시간) "경선을 통해 선출되는 원내대표인데,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추대형식으로)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미 지난 5일 출국에 앞서 기자들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질문에도 즉답을 피해갈만큼 박 전 대표의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친박계에서 "근본적인 신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리 한 두 개 주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신뢰를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정한 화합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당 안팎에서 위기 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박 전 대표 총리설 등이 나돌았지만 결국 말뿐이었다는 불신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던진 정의화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와 관련 "당내 화합이 급선무여서 단칼에 해결 방법을 찾다보니 나온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겠느냐"며 "당이 근본쇄신을 해야 화합이 가능한데, 특정계파의 원내대표를 세운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당의 쇄신작업도 상당부분 의미를 잃게 됐다.
당내 쇄신의 가장 큰 의제는 친이,친박 대립구도 타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파와 지도부의 대립구도만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현 대표 체제의 퇴진을 포함해서 당 쇄신위에 맡겨야 하고, 그런 결론이 나오면 따라주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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