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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남자' 피카소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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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피카소의 여인들'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그는 다른 사람의 피로 그림을 그리죠"



'아비뇽의 아가씨들' '게르니카' 등 수많은 걸작들을 남긴 20세기 미술의 거장 피카소. 그의 여인들이 피카소를 고발한다.



피카소의 수많은 작품들에게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의 예술세계를 언급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피카소가 일생을 두고 사랑했던 여덟 명의 여인들. 이들은 황소처럼 왕성한 피카소의 바람기때문에 거의 대부분 자살을 하거나 정신병을 얻어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된다.



천재화가 피카소는 황소다? 연극 '피카소의 여인들'의 무대에 피카소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황소의 그림자가 그를 대신할 뿐. 그의 왕성한 작품활동과 천재적인 예술성이 병적인 바람기와도 연관이 있겠기에 제3자가 함부로 '나쁜 놈'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여자들은 "천재화가 피카소? 니미뽕이다. 엿이나 먹으라지"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있겠다.





'피카소의 여인들'에서는 애증관계로 서로 얽혀 피카소의 전 생애를 아우르던 여인 올가, 마리떼라즈, 프랑소와즈, 재클린 등 네 명의 여인이 한이 서린 넋두리를 독백형식으로 풀어낸다.



그녀들이 묘사하는 피카소는 부와 명성과 또라이의 기운(?)을 가진 매력적인 남자임과 동시에 이기적이고 괴팍하며 정욕을 주체못하는 짐승, 남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이기도 하다.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듯 그에게 영감을 주고 인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들은 그의 강렬한 아우라 안에서 점점 침몰해간다. 감정적 학대받으면서도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자신을 노예처럼 만들고 견디지 못해 정신줄을 놓기도 하며, 자기 파괴적인 결말에 도달한다.



◇올가 코클로바 "발레리나였던 첫 번째 부인"



"파블로 넌 나쁜 남자야. 올가는 문학 예술에 대해 하나도 아는게 없다고 당신은 그랬지만 그 인간이야말로 음악에 대해 하나도 아는게 없었어. 오직 돈과 권력밖에. 파블로 벼락이나 맞아라. 그리고 그는 침대에서 별로였어요. 지만 좋아했어요. 그는 여자에게 황소처럼 밀고 들어가 씨를 뿌리지. 그러나 그는 아기 우는 소리는 끔찍히도 싫어했어요"



1차 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피카소는 장 콕도의 발레 '퍼레이드'의 무대디자인을 맡게 되면서 러시아 무용수였던 올가와 만나게 된다. 올가는 서민적이고 편안한 것을 즐겼던 피카소와는 달리 깔끔하고 상류사회지향적이었다. 그녀는 피카소에 의해 융통성이 없고 강박관념과 소유욕에 집착하는 여인으로 비춰졌고, 자유를 갈망하던 그는 그녀의 깔끔함과 상류사회를 지향하는 기질에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1924년부터 불기 시작한 초현실주의 문학운동이 피카소의 안정된 생활의 분열을 부채질했고, 그들의 결혼생활도 곧 파경에 이르렀다.



◇마리떼라즈 발터 "17살에 46세의 피카소를 만나다"



"어느 여자도 그를 거부할 수 없을 거예요. 난 그 사람을 늙었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의 나이 마흔 여섯 또는 일곱. 난 그 때 고작 열 일곱이었죠" "그는 너무나도 매혹적일만큼 무서웠어요. 그는 악마라구요 악마. 난 낙태를 했어요. 그가 아기를 원치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2년 뒤에 난 그를 빼다 박은 아이를 낳았어요. 그 아기 이름은 마야였죠"



1926년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그리스 비너스 고전 조각에서 만날 수 있는 똑바른 콧날과 푸른 회색 눈, 금발을 가진 관능미가 넘치던 17살의 마리였다. 그녀가 18세 되던 해 피카소는 프로포즈를 받아 내는 데 성공했으며, 마리는 22살이던 1935년에 파카소의 딸 마야를 낳는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만으로는 바람기 많은 피카소를 잡아 둘 수 없었다. 그녀는 순정을 바쳐 피카소를 평생 흠모하다가 피카소가 죽은 지 3년 후, 피카소를 만난 지 50년이 되는 날 자살했다.



◇프랑소와즈 질로 "피카소를 떠난 유일한 여인"



"처음엔 게임이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내 아빠 나이의 남자. 능력과 열정과 섹스와 권력을 가진 남자. 그 어떤 것도 다 만들어낼 수 있는 남자. 그런 손을 가진 남자. 피카소 그를 너무 사랑했다니까요"



"나는 화가 지망생이었어요. 스무 살, 자유로운 예술적 분위기의 부잣집 말괄량이였죠. 거부할 수 없는 그의 막강한 능력...아. 나는 그랑 7년을 같이 살고 그의 아이들을 낳고 그에 관한 글을 썼지요. 피카소는 세 번이나 법적소송을 걸어왔고 난 모두 그 소송에서 졌어요"



62세의 피카소는 2차 대전 중 프랑소와즈를 만난다. 옛 연인들과는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자유분방한 여자였고 법학대학을 나왔으나 포기하고 미술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여류화가였다. 피카소의 가부장적이며 이기적인 명령에 항상 반박했던, 폭풍같았던 여인 프랑소와즈는 친구였던 즈느비에브와 피카소가 연인 관계를 맺은 것을 알게 되면서 미련없이 그를 떠난다. 그녀는 피카소의 영향력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난 유일한 여인이다.



◇재클린 로크 "피카소를 신으로 섬기다"



"그는 이 세상의 여자를 여신과 발닦개라는 딱 두가지 부류로만 나누었어요. 그는 나를 종처럼 여겼지요. 당신은 나의 주인이고 나의 신이죠. 마흔 살이나 어린 여자. 아이스크림과 생강과자를 좋아한 피카소는 늘 으르렁거리고 화내며 소리지르고 정말 끔찍했지만, 난 그를 미칠듯이 사랑했지요. 일흔 두 살의 똥자루같은 늙은이 파블로"



25살의 이혼녀였던 재클린은 1953년 피카소가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시기인 72세 때 만났다. 커다랗고 짙은 눈망울을 지난 여인이었던 재클린은 피카소를 유혹해 1961년 발로리스 시청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으며 피카소에게 헌신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바친다. 피카소가 죽은 후 검은 커튼을 한번도 열지 않았고, 식탁에 피카소 자리를 마련한 채 그의 망령을 잊지 못해 견디지 못하고 1986년 권총자살로 세상을 마감하고 만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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