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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 만족과 욕심 '선택의 기로'

추가 상승에 도전하기에는 리스크 너무 큰 시장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중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영화가 있다.
개봉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극장가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단다. 빈민가 출신의 한 소년이 퀴즈쇼에 나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맞춰가며 백만장자가 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친숙하지 않은 인도의 이야기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도 가슴 한 끝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자말'은 퀴즈쇼에 출연해 문제에 잇따라 도전한다. 이미 거액의 상금을 거머쥐었지만, 또다른 문제에 겁없이 도전한다. 문제에서 정답을 맞추지 못할 경우 그동안 쌓인 상금이 모두 날아가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실제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간의 모든 상금을 걸고 또다른 문제를 위해 도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월 초 제대로 매수 시기를 잡았던 투자자들은 이제 또 한문제에 도전해 추가 수익률을 내냐, 아니면 지금 수익률로 만족하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영화 속 '자말'은 용기있게 도전했다 하더라도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수익률을 모두 내걸고 추가 수익률을 위해 도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수익률을 일단 확보하고, 또다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주식시장의 현 상황에서는 추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수익률을 이어갈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와의 것과 비교해보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일 것임은 분명하다. 그저 그런 수익률을 위해서 지금껏 쌓아온 수익률을 내건다면 너무나도 무모한 짓일 수 있다.
지난 주부터 시장은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되면서 주 후반에는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간 코스피 대비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던 코스닥 시장의 경우 코스피보다 더 빠르고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렇다 할 추가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해보인다.

사실 현 시장에서 의지할 곳은 '외국인'밖에 없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기관은 벌써 10거래일째 순매도세를 지속하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매수세를 유지하며 기관의 매물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외국인이 언제까지 국내증시의 편이 돼 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연기금의 계속되는 매도세와 투신권 주식형펀드로부터의 자금이탈 추세 등 국내기관들도 매물을 소화해낼 만한 여력이 없음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충격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기관이 매수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듯 하다.
주식 비중이 제한돼있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펀드 내 주식비중이 증가할 경우 주식매도를 통해 비중을 조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펀드 환매 대비 자금도 만들어야 하니 기관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것이다.

단기간에 급등한 것도 부담이다. 지난 3월 초 대비 현재 코스피는 38.1%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 하순부터 1월 초까지 2개월 동안 전개된 반등장의 상승률과 동일하다. 당시 37.7%의 주가 상승 이후 두달 정도 조정국면에 들어간 바 있다.



거래대금 측면에서도 불안한 모습은 나타난다.
이번 주 들어 시장의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됐지만 거래량은 지난주 후반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상승하던 주가가 고점에 거의 근접할 때 거래대금이나 거래량은 크게 늘어났다. 주가가 고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거래량이나 거래대금은 1주 정도 크게 증가하다가 주가가 하락 반전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욕심을 부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투자자들은 퀴즈쇼에서 추가 문제에 도전하느냐, 현재 상금으로 만족하느냐의 기로에 놓여있다. 추가 문제를 맞힌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동안의 수익률도 잃을 수 있는 시장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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