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 연기를 통해 통일부와 외교통상부의 오래된 갈등이 다시 표면화했다.
당초 15일 10시에 있을 것으로 예정됐던 PSI 전면참여 선언은 같은 날 오전에 급히 번복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계국과의 협의가 덜 끝났다"고 했지만 전날 다른 외교부 당국자의 "협의가 마무리됐다"는 말과 어긋나는 설명이었다. 일각에서는 외교부의 지나친 독주에 통일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2006년에도 외교부의 PSI참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당시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현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PSI와 관련해 "사안별로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참여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대북 정책을 두고 주변국과 공조를 강조하는 외교부와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통일부의 입장에 시각차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외교부는 이번에도 "94개국이 참여하는 PSI에 빠질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통해 주변국과 발맞추기에 나섰다. 반면 통일부는 PSI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선언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15일)에 자극적인 행동을 할 경우 남북현안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외교부는 6자회담과 북핵을 전면에서 다루고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같은 대북 직접교류를 담당해 업무 분담이 이뤄지고 있는 듯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과 그에 따른 개성공단이 차단처럼 북한이 남북 관계를 국제정치와 연결시키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번도 외교부는 PSI는 북한과 관계가 없는 국제적 이슈로 해명했지만, 북한은 대북정책의 하나로 간주하면서 통일부와 외교부가 함께 엮어들어갔다.
그러나 양무진 경남대 교수(북한학)는 이와 관련, "외교부와 통일부의 시각차 보단 북한의 격한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부가 구체적 준비를 하지 않은 듯 보인다"며 "(준비가 끝나지 않아) 이번 주말 발표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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