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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외적의 침입이 번갈아 일어났네. 섬의 오랑캐가 함부로 깨물고, 나하추의 도적이 멋대로 눈을 흘기네. 홍건적은 날뛰며 거들먹거리고 원나라의 잔당은 성을 내네"(종묘제례악 헌가 정대업 中)
조선 중흥기 장엄했던 역사의 음(音)이 현악의 선율로 유려하게 되살아났다.
국립국악원은 '종묘제례악' 공연을 오는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지금은 전승되지 않고 있는 현악기 선율을 되살려 500여년 전 유려하고 장중한 종묘제례악의 본래 모습을 조명한다.
이숙희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제 강점기에 문화탄압의 일환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음악이 폐지됐고 조선왕조 집안제사를 위한 종묘제례악도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종묘제례악을 복원해 1892년 형태에 가깝게 연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숙희 학예연구사는 "1892년 당시에도 임진왜란 발발 300주년을 기념해 모든 문화가 파괴됐던 것을 회복하고자 했다"면서 "일제강점에서 10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종묘제례악을 복원하는 것과 유사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조선 왕족 이씨집안의 사적인 제례음악이 역사적 가치가 있겠느냐"는 비판에 대해 이숙희 연구사는 "세종대왕기에 향악(고유의 전승음악)·당악(중국 전래음악)·아악(향악과 당악을 접목한 음악)을 모두 혼합해 퓨전적으로 만든 유일한 음악이 종묘제례악이므로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조선후기 이후 종묘제례악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각종 악기가 보완된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삼현삼죽의 복원이다. 거문고·가야금·향비파·대금·중금·소금의 삼현삼죽은 향악의 근간이 되는 악기로, 이번 연주는 삼현삼죽의 연주전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아울러 일제강점기 이후 전승이 단절된 현악기의 선율을 복원한다. '세조실록' 등에 수록된 종묘제례악의 악보를 되살려 가야금·거문고·향비파·당비파·월금·대쟁이 등이 보완된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역대 제왕을 섬기는 종묘제례시 연행되는 연주, 노래, 춤을 통틀어 일컫는다.
하늘과 땅, 사람의 조화를 최고의 목표로 삼아 나라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종묘제례악은 8개 제례 절차에 보태평 11곡과 정대업 11곡, 진찬악 등의 27곡으로 구성된다.
이번 공연에는 1부 보태평, 2부 정대업으로 이루어지며 총 24곡의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진다.
보태평과 정대업은 조선 세종대(1418~1450)에 연례악으로 만들어졌으나, 세조 9년(1943)에 제례악으로 채택돼 연주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 정악단 80여명의 단원이 무대에 올라 500여년을 달려온 역동적인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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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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