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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논란①]드라마 표절의혹, 반복되는 이유는?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대해 소설가 정혜경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해당 작품의 총연출을 맡은 조남국CP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씨는 '아내의 유혹'이 자신의 연재소설 '야누스의 도시'를 표절했다고 지난 2월 11일 주장한 데 이어 2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정씨에 따르면 '야누스의 도시'는 자신이 지난 2001년 석사학위 논문으로 썼던 중편 '신의 선물'을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장편으로 개작해 지난해 1년간 주간지 '대구우리신문'에 연재한 소설이다.

정씨의 2일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유혹'과 '야누스의 도시'의 이야기 흐름이 똑같고 100여 군데 이미지가 중복된다"며 "정애리의 복수 과정이 소설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남국CP는 2일 "정 작가는 지난 2월 초에도 표절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번에 또 표절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표절이라고 생각하면 법정에서 처리하면 될 것을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언론플레이 하는 것 같다"며 "이는 '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작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동이다. 우리도 명예훼손 소송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내의 유혹'처럼 표절 의혹 제기로 곤경을 겪은 드라마는 한두 편이 아니다. SBS '쩐의 전쟁'과 '왕과 나' '내 남자의 여자', KBS '대왕세종', MBC '태왕사신기' 등 여러 편의 드라마가 다른 작가들로부터 표절 의혹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 작품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 방송사 관계자들은 무명 작가들이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 인지도 상승이나 소설 홍보를 위해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반면 일부 작가들은 출판되지 않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일부 변형시켜서 사용하는 작가가 종종 있다고 주장한다.

‘쩐의 전쟁’ 제작진은 소설가 허모씨로부터 자신의 소설이 원작만화 '쩐의 전쟁'보다 먼저라는 주장을 들어야 했다. 허씨는 표절의혹을 제기하며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히트작 ‘내 남자의 여자’는 KBS 드라마 공모 작가 출신인 류모씨의 '옥희, 그 여자'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이 경우 역시 혐의 없음 처분으로 끝이 났다.

또 '태왕사신기'의 송지나 작가는 만화 '바람의 나라'의 김묘성 작가로부터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으나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표절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MBC '여우와 솜사탕'은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MBC '사랑의 뭐길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영화나 드라마의 표절 여부 판정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구체적인 인물 구성과 이야기 전개, 대사 등이 일치하지 않는 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제시한 표절 판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사와 등장인물, 구성, 사건의 전개과정, 분위기, 전개속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결정한다.

통속극의 경우 비슷한 흐름의 이야기가 많아 표절 시비가 쉽게 붙을 수 있다. 구체적 구성의 유사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표절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의 작품이라 해도 표절로 단정짓기는 힘들다.

표절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다시 또 기각되는 현상은 창의성이 결여된 드라마들이 연이어 제작되고 있는 현상과 명확한 표절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현실, 저작권에 대한 의식 결여, 무분별한 표절 의혹 제기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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