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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시애틀의 우체부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얼마 전 일요일 무심히 채널을 돌리다 한 화면에 눈이 고정되었습니다. 우람한 한 남자의 순박한 미소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애틀에서 우체부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는 고령자가 많이 살고 있는 브로드웨이 지역에서 고령자들에게 우편물 뿐 아니라 따스한 정(情)을 배달하며 이방인의 벽을 허물고 지역 노인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건장한 이웃이었습니다. 노인들은 그를 그냥 단지 우체부가 아닌 ‘특별한 사람’이라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푸른 제복을 입은 천사라고 칭송이 자자합니다.

그는 전직 신문기자 입니다. 자기 일에서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자신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우체부가 되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는 우편물을 단지 우체통에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의 집안까지 들어가 그들에게 우편물을 직접 건네고, 손을 잡아주고, 말벗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는 그들과 소통하면서 자신 또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지난 연말 그는 주민들의 파티에 초청을 받아 감사카드와 선물을 한아름 받았습니다. 그는 답례로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한국 과자와 액세서리를 동네 주민들에게 돌렸습니다. 사람이 없는 집에는 우편함에 선물을 놓아두기도 하고 장애인 할머니가 외출할 때는 길 안내를 하기도 합니다.

그를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텔레비전에서 그를 한눈에 직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나에게 보낸 강력한 메시지 때문입니다. 그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일찍부터 써왔습니다. 평소 그의 글을 보며 예사롭지 않다 느꼈지만 그를 화면에서 보는 순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들과 소박한 정을 나누는 그를 보면서, 저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행복을 만들어가는 해피메이커 였습니다. 그가 나누어 준 것은 우편물이 아니라 따뜻한 정이었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찾아야 할 가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너무 당연시 여기거나 잃어버릴 때가 간혹 있습니다. 작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간과하거나 우리가 지켜야 할 사회의 덕목을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대외적 경쟁력은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노인의 가장 큰 괴로움은 외롭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고령사회가 될수록 가장 확실하게 성장하는 산업이 애완동물 시장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요즈음은 애완견을 반려견이라고 부르며 그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기도 합니다. 기르던 개가 죽으면 이를 복제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된 노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노인을 돌봐주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실버세대의 벗’이라는 의미의 ‘실벗’ 로봇을 개발하고 마산 로봇랜드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습니다. 음성과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도 몇 마디 나눈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대화가 가능한 가정용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일정을 관리해주고, 한가하게 재잘거리며 주인이 교통체증에 걸리면 걱정까지 해준답니다. 오사카 대학에서는 거의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미인로봇도 만들었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가장 무서운 것은 홀로 있다고 느끼는 고독이 아니라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어도 진실한 정을 나눌 수 없다는 극한의 외로움입니다. 한 영화에서는 자식을 잃은 부모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로봇 아이를 입양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미래 키워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고령화 입니다. 고령사회의 진입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연히 1인가구가 많아지고 싱글족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혹 지면을 장식하는 우리 주변의 안쓰러운 사연들이 그것 입니다.


예부터 우리는 가족 중심의 문화가 있어 왔고 지금도 그 뿌리인 ‘정’은 우리마음에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시애틀의 우체부도 이국에서 한국의 브랜드인 ‘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갈수록 개인화 되고 있는 미래사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특히 고령사회에서는 서로를 보살피고 함께 하는, 되살려야 할 절대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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