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3년 카드채사태 이후 처음으로 자산관리공사를 동원해 대규모 금융권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다. 매입대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채권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한다. 이에따라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꼽혔던 PF발 부실 우려가 해소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실채권 4.7조 우선 매입=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작년 9~10월 저축은행권의 899개 PF사업장에 이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은행·보험·증권 등 나머지 금융권의 1667개 PF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저축은행권 사업장에서는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PF대출이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 자산관리공사가 채권 매입을 진행중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제외한 PF사업장에서는 165곳, 대출규모로는 4조7000억원이 사업성이 미흡하고 사업진행도 지연되고 있는 '악화 우려' 사업장으로 분류했다.
996곳(41조3000원)은 사업성과 공사진행률 등 사업진행 상태가 모두 '양호'한 사업장, 506곳(23조5000억원)은 사업성은 양호하나 사업진행에 다소 애로가 있는 '보통' 사업장으로 각각 구분했다.
PF연체율이 13%대에 이르던 저축은행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낮지만, 전 금융권을 합쳐놓다보니 규모면에서는 저축은행권의 3배에 육박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자산관리공사(캠코)로 하여금 '악화우려'로 분류된 채권들을 중심으로 매입토록 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중심으로 대대적 매입이 이뤄졌던 카드채 사태 이후 최대규모이다.
◆캠코, 부실채권 어떻게 정리하나=
캠코는 악화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된 PF대출에 대해 금융회사와 협의를 거쳐 사후정산 방식으로 대출 채권을 사들인다. 채권액에서 충당금을 제외한 적정 할인 금액을 우선 매입대금으로 지급하고, 향후 매각 등에 따른 수입과의 차익을 정산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인 경우, 충당금 300억원 가량을 제외하고 700억원을 현금 또는 자산관리공사채 등으로 지급한다. 이후 해당 채권을 매각 또는 개발해서 이익이 남으면 사후정산대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부실채권 인수가격은 사업 진행정도와 수익성 등을 감안해 금융기관과 캠코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금융기관 대표는 은행연합회가 맡는다. 캠코와 금융기관이 원만하게 협의한다면, 사후정산 방식이 아닌 확정가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카드채사태때는 확정가방식이었다.
캠코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바로 매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4조7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캠코는 추경예산에서 자본금확충(2000억원)이 이뤄지고, 향후 구조조정기금이 본격 가동되면 부실채권 매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실 뇌관 완전히 제거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전제돼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의 전수조사 결과, 사업진행에 애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채권의 규모는 23조5000억원에 달했다. 우선 매입 대상인 '악화우려' 채권(4조7000억원)의 5배에 이른다. 문제는 향후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이들 채권도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현재 저축은행권에서 시행중인 ‘PF대출 자율 구조조정 협약’을 수정·보완해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협약이 체결되면 주채권은행이 협의회를 소집해 외부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하게 된다. 또 채권금액 4분의 3 이상 찬성시 채무재조정이나 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PF대출에 대한 사후점검도 강화된다. 우선 금융당국은 각 금융기관들로부터 사업장별 정상화 추진계획을 제출받아 매월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악화 우려’ 사업장이 많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후관리 전담조직을 마련토록 지도하기로 했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앞으로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에 '양호' 또는 '보통'으로 분류된 PF대출의 부실 전이 가능성을 배제를 할 수는 없다"며 "가급적 조기정리 또는 정상화를 유도해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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