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장기업들의 '간판바꾸기' 작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색깔을 바꿔 새 출발선상에 선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실적 악화로 곪을 만큼 곪아 떠오르는 테마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배어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20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호변경을 공시한 기업은 에이엔피를 비롯, 고제, 한세예스24홀딩스, 성창기업지주, 부산은행 등 5곳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호변경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다. 매일상선을 비롯, 지앤알, 에스지어드밴텍 등 총 17곳의 코스닥 기업이 간판을 바꿔달았다.
특히 이번 주총시즌을 통해 사명변경을 결정한 기업들도 상당수다.
삼양중기는 지난 5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삼양엔텍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을 결의했다. 온누리에어도 최근 뉴켐진을 인수, 상호를 뉴켐진스템셀로 변경하기로 했고, 아이넷스쿨을 흡수합병한 디지탈온넷은 아이넷스쿨로, 나래윈을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한 지러닝도 원래 이름으로 변경상장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상장한 비유와상징은 이날 열리는 주총에서 비상교육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상호변경 이유로 '기업 이미지 제고'를 가장 먼저 꼽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부진한 실적을 털어내고 부실기업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한 방편으로 상호변경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이런 경우가 더 많이 발견된다.
뉴켐진스템셀로 변경을 진행하는 온누리에어는 지난해 달걀사업에 뛰어들어 매출이 급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상장폐지 심사 기업명단에 포함되며 코너에 몰렸고, 뉴켐진 인수를 통해 바이오기업으로 옷을 갈아입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관계자는 전했다.
글로넥스는 디와이에서 이름을 바꾼지 불과 6개월만에 대우솔라로 또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이유는 '태양광부품사업'에 진출하면서 태양광 관련주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지러닝과 아이넷스쿨도 마찬가지 경우다.
지러닝의 모체인 나래윈은 적자기업으로 유명했으며 아이넷스쿨이 우회상장 통로로 이용한 디지탈온넷 또한 지난해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11억여원, 16억여원을 기록,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명을 교체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비지니스모델의 문제로 실적이 부진하거나 주인이 교체된 곳이 많은 등 문제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과거 실적을 꼼꼼히 따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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