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자재 조달 못해 생산중단 본격화...납기지연-신인도 하락 피해 확산 우려
북측의 통행차단으로 인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16일을 고비로 이번주 내에 북측의 통행차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대다수 개성공단은 가동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경우 원부자재 조달 중간과 생산 중단이 수출납기 지연과 클레임 제기와 이에 따른 바이어들과의 신뢰도 저하 등의 직간접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14일 개성공단기업협의회가 개성공단 현지에서 열린 입주기업 법인장 회의에서 72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일을 기준으로 이후 6일 이상 인력, 물자 통행이 막힐 경우 94%(68개)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가동 중단 시점별로는 15일 기준으로 이미 10개 기업이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으며 ▲ 1일(16일) 이후 31개 ▲ 2일 이후 36개 ▲ 3일 이후 52개 ▲ 4일 이후 56개 ▲ 5일(20일) 이후 67개 ▲ 6일(21일) 이후 68개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가동 중단 업체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가스와 식자재를 '6일치 이상' 재고를 가진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북측의 이번 통행차단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에 대한 항의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키 리졸브 훈련은 오는 20일까지 계속되지만 20일 이후에도 북측이 통행차단을 계속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도 "현재 일부 원부자재가 바닥나고 있는 상황에서 16일 월요일 정상가동이 안되고 통행차단이 지속될 경우 대다수 공장들의 조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통상 월요일에 원부자재가 올가는 데 지난 주 이미 한 차례 올라가지 못한 상황이어서 16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현지 생산이 어려워지고 수출선적마저 늦추어질 경우 바이어와의 신뢰도에도 큰 차질을 빚고 수출납기 지연에 따른 클레임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전자부품 등을 생산하는 미성포리테크의 경우 개성공단과 관련된 잦은 돌출변수로 인해 아예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 입주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북측의 통행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13일부터 북측의 예고없는 통행 불허로 우리 130여개의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4800여개의 협력업체에서 종사하는 7만여명의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은 북측 당국에 조속한 통행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개성공단 통행 차단의 지속상황은 입주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필수적인 원ㆍ부자재, 생필품 등 모든 자재의 공급이 차단되어 개성공단내 기업활동이 완전마비를 초래했다"고 우려하고 "국내외 바이어들의 신뢰를 상실하여 글로벌 경쟁력과 남북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고사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북측당국은 개성공업지구법상의 기업활동 보장의 원칙에 합당하게 통행을 즉각 정상화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남북당국은 이러한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민족끼리 평화롭게 상생, 공존하고 공동번영하기 위해 남북측 당국의 조속한 대화재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내용의 촉구문을 북측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통행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의 노력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통행차단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원부자재 조달은 물론 바이어 이탈 등 심각한 매출과 운영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문창섭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삼덕통상 회장)과 협의회 회장단도 이 같은 사정을 우리 정부에 호소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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