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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설비 팔아 직원 월급 줘야할 판"

[르포] 기아차 광주2공장 가동중단 보름째, 하남산단 협력업체는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기아차 광주2공장이 가동을 멈춘 지 2주일째. 11일 오전 하남산단에서 만난 기아차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시트부품 생산업체인 E사 김모 공장장은 "회사 설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말로 최근 경영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2차 협력사로 전체 생산부품의 90%를 차지했던 스포티지 생산이 중단되면서 12명인 직원들은 2개조로 나뉘어 1주일씩 휴무를 실시 중이다. 지난해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그 절반을 채우기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공장장은 "4월에 또다시 스포티지 공장이 멈추기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업종전환을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전 직원 40여명이 스포티지 차체외관을 생산하는 P사는 휴무로 근근이 버텨왔으나 일감이 급감하면서 불가피하게 직원 10여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이 회사 김모 자재과장은 "스포티지 부품주문이 끊기면서 일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구조조정 외에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1차 협력사의 사정도 녹록한 편이 아니다. 프레스 2개 라인중 작업이 중단된 1개 라인 매각에 나선 S사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경기불황으로 쉽지 않은 형편이다.
 
S사 이모 총무부장은 "스포티지와 카렌스 납품 비중이 높아 회사상황이 너무 힘들다. 생산설비라도 팔아서 어떡하든 직원들의 월급은 마련해야 할 것 아니냐"고 착잡한 심정을 내보였다.
 
이미 산단 곳곳에는 공장 문을 굳게 닫은 업체도 눈에 띄었고, 공장매각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업계의 불황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경우 하남산단에 자리한 200여 기아차 협력업체 가운데 최악의 경우 절반가량은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북미수출로 생산에 탄력을 받는 쏘울 물량을 배정받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일손을 놓은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직원 9명의 또 다른 S사 관계자는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조업 감축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68%였던 하남산단 가동률은 기아차 2공장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등 지역 대기업들의 잇단 감산조치로 60%이하를 맴돌 것으로 산단 안팎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5일부터 비(非)가동 상태였던 기아차 광주2공장은 지난 3일부터 오는 19일까지 17일 동안 생산라인 가동이 완전히 멈춰섰으며, 추가로 4월 2일부터 17일까지 16일간 2차 휴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남일보 박영래 기자 young@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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