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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전세 세입자들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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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연락두절 보증금은 '나몰라라'

의도적 가격 인상도.. 반환소송 봇물




#사례 하나.김정호씨(남·32)는 몇 달 동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애당초 소송까지 가려는 것은 아녔다. 집주인의 소행에 화가 난 김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지난 2007년 10월 김씨는 수원 곡선동 다세대주택에 1년 계약으로 보증금 4500만원에 전세를 구했다. 지난해 10월 23일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됐다.



그러나 집주인은 새로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발뺌만 했다. 심지어는 만나주는 것은 고사하고, 사전화까지 피했다. 전화를 안 받는 것은 그렇다쳐도 관리사무소 대리인을 통해 같은 말만 뒤풀이했다. 꼭 사람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더구나 김씨는 지난 1월말 이직을 했다. 직장도 출근시간이 오전 6시30분여서 이사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오도 가도 못했다. 이사를 갔다가 전셋집이 경매라도 당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가 없다. 임차인으로서의 권한이 박탈돼 보증금이 날아갈 수도 있어서다.



그저 집주인의 처분만 기다릴 수 없는 김씨는 결국 마지막 수단을 쓰게 됐다. 그제야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며 소송을 취하해 줄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집주인에게 시달린 것이 억울해 끝까지 소송할 생각이다. 그는 집주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가 너무 괘씸해 합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그런 그는 요즘 정신적인 피해보상까지 받겠다는 것이다.



소송은 다음 주 중에 시작된다. 김씨는 "소송에서 이기게 될 때 소송서류비용을 포함해 법정이자로 전세보증금의 20%, 약 85만원씩 보증금을 받지 못한 기간만큼 보상받게 될 것"이라며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례 둘.임선혜(여·28)씨는 오는 31일에 기한만료로 잡힌 55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볼 생각에 집주인에게 방을 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후 임씨는 집주인이 보증금 7000만원으로 방을 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황스럽고 화났다. 주변 전세 시세는 떨어져 가고 있는데다 베란다도 없고 다소 좁은 그 집이 그만한 금액으로 거래가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당연히 지금까지 집을 보러오는 사람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새 집으로 이사가기가 틀렸다는 생각에 걱정이 컸다. 더 기분 나쁜 것은 집주인이 뻔히 새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집세를 높인 점이다.



임씨는 지금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처지의 세입자들을 규합하고 있다. 집주인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소송을 할 심산이다. 이미 너댓명이 동참해 변호사 선임을 준비중이다.

 

#사례 셋.

김씨나 임씨와는 달리 원만한 합의로 문제를 극복한 경우도 있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사는 이성주(여·40)씨는 역전세난에 더 싼 전셋집을 구하려고 주변을 기웃거렸다. 마침 이씨가 살고 있는 전셋집의 계약기한이 지난 2월 초에 끝나서다. 그러나 이씨는 집주인과 재계약을 맺고 그 집에서 2년을 더 머무르기로 했다.



이유인즉 집주인이 주변전셋값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을 반영, 하락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계약기간으로 나눠 약 월 40만원씩 지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년전 32평형 이씨의 전셋집은 1억9000만원으로 거래가 이뤄졌던 것이 최근 시세는 1억6000만원. 이에 보증금 차익 3000만원을 돌려줄 때까지 거꾸로 집주인이 이에 대한 이자를 물고 있는 것이다.

 

뿔난 세입자들이 여기저기서 전세금 반환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역전세난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곳곳에서 전세 이동이 안 돼 분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계약기간 이후 보증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심지어 보증금 자체를 올려 집이 빠지지 않게 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정확한 통계치는 안 나오지만 서초동 등 법원 일대는 전세관련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올해 들어 전세관련 소송 두건을 의뢰받았다"며 "변호사 생활 7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인터넷에서도 세입자들이 전세금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임씨처럼 집단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네티즌들도 여럿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자극할 경우 소송 등의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급적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에 대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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