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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불황기,송상(松商)이 더욱 빛나는 이유

시계아이콘01분 01초 소요

실적 악화로 적자를 기록하는 시멘트와 제지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업이 두 곳 있다.



소위 '투한(Two Han's)' , 한일시멘트한국제지다. 두 회사도 사상 초유의 불황으로 실적이 나빠지긴 했으나 워낙 펀더멘털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제품,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춘 데다 빚도 거의 없고 보유자산도 많다. 더구나 최근의 구조조정이나 임금삭감과도 거리가 멀다. 물론 두 회사 직원들은 이런 얘기에 모두 손사래를 친다. 힘들다고 하소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다르다.



두 회사는 송방(松房)' 또는 '송상(松商)'이라 불리는 개성상인이 세웠다. 한일시멘트는 개성출신의 故 허채경 창업주에서 시작돼 61년 설립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업계 최초로 노조설립을 허용했음에도 무분규기업이다.



허 창업주는 "글 무식보다 인(人) 무식을 경계하라"는 인간존중의 경영을 강조했다. 현재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과 삼남 허동섭 회장, 허 명예회장의 아들 허기호 사장으로 이어지는 3대를 이어오고 있다. 차남은 자신의 힘으로 녹십자를 일군 허영섭 회장이고 4남이 허남섭 서울랜드 회장, 5남은 허일섭 녹십자 부회장이다.



황해도 해주 출신의 故 단사천 회장은 한국전쟁 때 월남해 한국제지를 비롯해 해성산업 계양전기, 해성학원, 해성문화재단 등 해성그룹을 일구었다. 단 회장은 '현금왕'이라 불릴 정도로 손꼽히는 재력가였다. 은행에서 절대 돈을 빌리지 않았고 무리한 확장도 금했다. 그의 아들인 단재완 현 회장에게 "현금 쥐고 사업하라"는 말을 남겼다는 말도 나온다.



송상의 후예로는 황해도 평산 출신인 아모레퍼시픽 전신 태평양화학 창업주인 故 서성환 회장과 그의 아들 서경배 대표, 복사기 시장 1위 신도리코 故우상기 창업주와 아들 우석형 회장, 지난 2007년 타계한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과 3형제인 이수영 회장, 이복영 삼광유리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 등이 있다.



에이스침대, 삼립식품, 오뚜기식품, 한국야쿠르트 등도 한국의 대표적인 개성상인 기업이다.



개성상인들은 해방 후 모두 무일푼에서 시작해 근검절약, 무차입경영, 신뢰와 인간존중 경영, 한우물경영으로 그룹을 일구었다. 극심한 불황에도 끄덕없는 기업,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업으로 주목받는 것은 선대의 경영철학을 발전시키면서도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성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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