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 압박
은행도 자본확충 등 기초체력 다지기 나서
1000억 규모 구조조정 펀드 내달 출범키로
대기업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중인 건설·중소조선사 구조조정과는 규모부터 확연히 다른 '본게임'이다.
금융권에서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권의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문에 정부는 지지부진했던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기름칠을 준비하고 있다. 구조조정펀드도 수면위로 부상했다.
◆채권은행 우선 자구계획 요구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우선 재무구조가 악화된 일부 대기업들에 부동산매각이나 부실계열사 처분 등 자구노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12개 그룹 중 6곳의 이자발생부채/EBITDA(감가상각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 배수가 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16개 그룹 중 4곳도 5배가 넘었다. 이밖에 외환·하나·농협이 주채권은행인 그룹사도 각각 1곳씩이 5배 이상을 기록했다.
주채권은행들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과 약정(MOU)을 체결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통상적인 절차이지만 올해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지속에 따라 어느때보다 MOU를 체결하는 그룹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10월까지 취합하는 9월말 기준 재무평가를 토대로 1차적인 옥석가리기를 진행한 뒤, 환율변동 등이 실질적으로 반영된 12월말 지표가 나오는 3월에 또 한번 평가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4월 이후 본격적인 대기업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자본확충 재차 강조
은행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관건이다. 국내은행들은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건설·중소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거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8년만의 분기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참여가 부진했던 자본확충펀드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자본확충펀드는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의 구조조정펀드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과 별개로 펀드를 만들어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을 인수한 이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다. 이에따라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력 성장산업 보호를 위한 산업정책적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의 구조조정 개입 강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구조조정펀드는 우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를 다음달 출범시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향후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유도를 통해 펀드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연기금 등으로 참여가 확대되면 자본확충펀드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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