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일색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부터 갈아타기를 하겠다는 사람까지 팔겠다는 사람뿐이다. 하지만 시장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이들을 겨냥한 신종 부동산 사기가 이들의 ‘팔자(八字)’를 사납게 만들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후라이드 치킨집을 운영하던 이대로(42)씨도 ‘팔자’고 마음먹었다 ‘팔자(八字)’에도 없는 사기를 당해 가슴을 조린 사람 중 하나다.
“아니, 너무 싸게 내놓으신거 아니예요? 제가 한 500만원 더 받아드릴 수 있는데요. 일단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찾아가겠습니다.”
생활정보지에 매물 공고를 낸지 일주일이 흐른 뒤였다. 말만 들어도 고마웠다. 생전 가보지도 못한 미국에서 터진 경제 위기로 월수입이 1/4로 줄은 마당이었다. 그나마도 힘들어 최근 3개월은 개점휴업상태였다.
며칠후 두 명의 중년 남자가 가게를 찾아왔다. 낯익은 목소리는 전화를 한 중개업소 관계자였고 나머지는 매수자였다. 이씨는 이들이 머무는 동안 가게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들이 떠나고 1시간 가량이 흐른 후 중개업소에서 이씨에게 전화를 했다.
“일단 매수자가 내일 계약하자고 합니다. 근데 제가 한 500만원 정도 더 붙였습니다. 그러니 수수료는 잘 챙겨주세요. 근데 이 분이 가게에 대한 공인된 감정평가 자료를 원해요 그러니 제 계좌로 100만원만 보내주세요.”
이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세감정료라는 걸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머리보다 앞섰다. 가게를 넘기는게 급선무였다. 500만원이나 시세가를 올렸는데 100만원 정도는 수수료로 접어두기로 했다. 돈을 송금한 후 그동안 점찍어 놓았던 인근아파트 상가로 향했다. 이씨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저가 피자 가게를 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저녁이 다시 왔다. 기다리던 전화도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씨의 처절한 고문이 시작됐다.
그나마 이씨는 매수자의 얼굴이라도 본 사례다. 전화로 매수자가 나타났다며 수수료에서 빼줄테니 감정 자료비를 달라며 요구해 당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하재윤 투자상담위원은 이에 대해 “전국적으로 거래세가 줄어든 지금 같은 시기에도 이같은 상담사례는 꾸준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실제 대면접촉이 가능한 중개업소에서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같은 사기행각의 경우 형사상 사기죄 성립이 불가능하다. 먼저 50만~100만원까지 소액 사기기 때문에 경찰 등 공권력의 투입이 불가능하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 하에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되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중소형 빌딩, 상가, 팬션 등 최근 매물이 많이 나온 업종에서 이같은 광고 사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민사상 소송으로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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