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금융주로 점지되고 있는 생명보험사주들이 기업들의 눈치보기로 인해 상장(IPO)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재무구조 악화로 급히 상장을 추진했던 보험사들이 최근 금리 인하로 채권 수익이 높아져 상장 시한을 늦추고 있는 것. 또한 해외자본 유치가 어려워진데다 증시 불안으로 인해 불어난 리스크 부담을 떠안기보다 비상장주식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 긴급히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동양생명은 지난주 증권선물거래소에 6개월 상장 연기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은 오는 8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하며 완료하지 못할 경우 예비심사청구서를 다시 제출하고 상장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국내 외 여건상 불가피하게 상장시기를 늦추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는 "사실 상장 승인만 앞두고 있는 동양생명이 상장을 연기한 것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데다 채권손실 부분이 상당히 만회가 됐기 때문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교보생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보생명은 지난 1989년 상장을 전제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해 '상장제1호 생보사'로서의 가능성을 높여왔다.
지난해초 상장 추진계획을 다시 공론화하며 적극 움직였지만 최근 정관변경을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다른 경로로의 자본 유치를 꾀했다.
결국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현 시점의 상장에는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호생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확충을 위해 매각이 결정되면서 상장계획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그나마 상장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대한생명.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대한생명의 상장이 다시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한화 측도 대한생명 상장을 망설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와 얽혀있는 문제도 있고 아직까지 대한생명 상장은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인한 채권수익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늘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익개선 부분이 크지 않다"며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를 투명화하고 기업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장기적인 발전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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