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주년을 맞은 유로존의 경제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특별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유로존이 출범한 이후 처음 겪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나마 0.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경제 전망은 지난달 ECB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조아킨 알무니아 EU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금융 위기에 따른 신용 불안의 여파가 표면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올해 유로존 16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의 경제 성장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경기 악화로 유럽의 각국 정부는 금융권 구제안과 함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마련해 경기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CB 역시 경기 부양 차원에서 지난주 기준금리를 유로화 출범 이후 최저치인 2%로 인하했다. 그럼에도 한번 가라앉은 경기는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새해 첫날 슬로바키아가 유로화 도입을 선언한 것도 잠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유로존의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재정적자 악화를 이유로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도 2단계 낮춘 바 있다.
유로존의 경제상황이 이처럼 급속하게 가라앉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스페인 등 건설 '붐'에 의존했던 경제에서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유럽의 경제를 견인했던 독일, 프랑스 등 경제 대국들의 실물경기가 침체되면서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유로존의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재정 악화 등 심각한 경제 위기는 EU가 회원국의 재정 건전도를 유지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재정적자 상한선인 'GDP의 3%'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맞추지 못하도록 상황을 몰고 가고 있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지난해 7.5%에서 올해 9.3%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올해 재정적자는 이대로 가면 지난해 1.7% 에서 올해는 4%, 2010년에는 4.4%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올해 상황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세계와 유럽의 경제 성장은 지난달 초 많은 기관들이 예측한 것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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