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 기자의 팜토크]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제약사의 리베이트 수수 행위를 조사해 그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불법행위를 일삼아 온 제약사들은 수십억원 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번 발표에 새로운 것은 없다. 공정위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런 조사는 수년 전부터 거의 일상화 돼 왔다. '털면 언제나 먼지 나오는' 제약사들도 해마다 반복되는 폭로와 처벌에 익숙해져 있다.
제약사 사람 누구도 수십억원 대의 과징금이 리베이트를 근본적으로 없앨 것이라 믿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신종 수법을 고안하도록 제약사들을 진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리베이트 근절 방안은 없는 것일까. 공권력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려는 듯 보이지만 두가지 핵심내용이 언제나 간과되거나 왜곡되고 있다.
우선 '리베이트=없어져야 할 것'으로 단순화 시키는 발상의 부당함이다.
법대로 하자면 의약품 분야에서 가능한 판촉행위란 아무것도 없다. 약효로 승부하라지만 그것은 경쟁하는 약들간 차이가 있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리베이트가 가장 성행하는 곳은 복제약 분야이며, 정부는 모든 복제약의 효과가 똑같다는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복제약들이 선택 받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처벌할 것이라면 차라리 복제약 갯수를 1개로 못박고 국영제약사를 세워라.
두 번째는 각종 '학술활동 지원'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하고 해결책을 논하라는 것이다.
'학술활동'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면죄부를 주자는 뜻은 아니다. 제약사들도 '학술' 뒤에 숨어 편법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약사 직원과 의사가 만나지 못하게 할 도리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제약사로부터 생산되는 최신 의학정보를 전문가들이 숙지하고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흐름은 보호돼야 한다.
제약사, 의료인도 이제는 좀 떳떳해져야 한다. 무조건 '죄송합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성격의 활동은 이런 순기능이 있다'고 말하라.
신호등이 없는 복잡한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주의를 게을리한 운전자에게 1차 책임이 있겠지만, 사고가 충분히 예견됨에도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은 구청직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제약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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