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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밀어붙이기'에 사업자만 '벙어리 냉가슴'

방통위의 산업 진흥정책 일부 사업자들의 일방적 '희생' 강요해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방송통신 강국 구현을 위해 다양한 산업 진흥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밀어붙이기' 행보에 사업자들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어 정부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최근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서비스에 '010' 번호를 부여키로 하는 등 와이브로산업 활성화에 나섰지만 정작 KT와 SK텔레콤 등 사업자들은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데이터 통신만 가능한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해 사실상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겠다는 방통위의 의욕넘치는 방침에 사업자들은 오히려 '카니발라이제이션(carnivalization ㆍ 제살깎기)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음성 와이브로를 전국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망구축 등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이미 와이브로 망 구축에 각각 7900억원과 6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주파수 사용 대가로 정부에 각각 1300억원씩 지불했다. 그런데도 와이브로 가입자는 현재까지 KT가 18만여명, SK텔레콤이 1만1000여명에 불과하다.

방통위는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면 와이브로 사용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이동통신의 보완재일 뿐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KT 관계자도 "음성 와이브로는 기술이나 서비스 지역 등에서 제약이 많다"고 밝혔다.

광가입자망(FTTH) 사업에서도 방통위와 사업자간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차세대 네트워크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광가입자망(FTTH)의 망 개방 의무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예컨대 KT의 FTTH를 사용하다가 다른 통신사 서비스로 전환하려면 SK브로드밴드나 LG파워콤(데이콤)의 FTTH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사업자마다 망을 중복해서 설치해야 하므로 소비자 편익에 해를 끼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금은 중복투자 우려보다 망 구축 확산이 우선한다"고 맞서면서 논란을 예고했다.
 
한국형 앱스토어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도 방통위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위는 미국 애플사의 앱스토어처럼 휴대폰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판매ㆍ구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을 구축한다는 사업계획을 대통령 업무보고시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에게 고용을 유발할 수 있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아이디어를 요청한 결과, SK텔레콤이 오픈마켓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SK텔레콤은 서버, 결제 시스템, 개발 킷(도구) 등에 1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할 것이며, 내년 1~2월 중 사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며 구체적인 사업추진 일정까지 밝혔다.

하지만 정작 SK텔레콤측은 한국형 오픈마켓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제 겨우 태스크포스를 구성,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소식통은 "정부가 투자활성화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사업자들과 충분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사업자들이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식의 사업 추진이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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