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일본 정부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이란의 핵 개발 반대를 강조하는 등 미국을 의식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일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력 비판하는 모습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2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발표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담화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며 "이란은 핵무기 개발과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협력해 계속해서 필요한 모든 외교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지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습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이란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주장을 배려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의 이달 중순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 결속을 유지하며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지통신도 일본이 이란의 핵무기 반대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국제적 핵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관점에서 미국 행동에 일정한 이해를 보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일본은 이란과도 오랫동안 독자적 우호 관계를 구축해 왔고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이라며 "이번 공격이 미칠 영향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크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한편, 일본 언론은 정부와 달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사망' 대신 '살해'라고 표현하며 강력히 비판하는 모습이다.
진보 성향 매체인 아사히신문은 조간 1면에 게재한 논설주간의 글에서 이번 공습에 대해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지 않은 폭거"라고 주장했다. 아사히는 "이란에 대한 공격과 하메네이 살해로 폭거가 팽창할 것을 심각히 우려한다"며 "일방적으로 무력에 의존해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법 경시 자세가 선명해졌다"며 이번 공격이 의회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또 별도 사설에서 "미국은 1월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반미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켰다"며 "(미국의) 뜻에 따르지 않는 국가 지도자를 군사 행동으로 배제하는 참수 작전을 중동의 대국인 이란에서도 결행했다는 데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에서 "법적 근거가 부족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큰 문제"라며 무엇보다 전쟁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