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몸 낮춘 쿠팡 로저스, 12시간 만에 조사 종료

쿠팡 수사 TF, 첫 소환조사 자정 넘겨 종료
"전적으로 협조" 강제수사 회피 의도 풀이
곧장 출국할 가능성…경찰, 추가 소환 검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자체 조사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된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1일 경찰 조사 12시간 만에 귀가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로저스 대표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조사는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2시22분께 종료됐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이번 조사는 TF 출범 한 달만의 소환이자, 첫 조사였다. 로저스 대표는 두 차례에 걸친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지난 14일 3차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그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셀프조사' 논란으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로저스 대표는 전날 오후 1시54분께 경찰에 출석하며 통역사를 통해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하고 있는 모든 수사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있다"며 "오늘 경찰 수사에서도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가' '국가정보원 지시를 받았다는 말이 위증인가' '산업재해를 은폐하려 했는가' 등을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로저스 대표가 경찰에 출석하며 '협조'를 거듭 강조한 건 경찰의 강제수사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정작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떠났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쿠팡은 지난달 25일 유출자가 3300명의 정보를 빼갔지만 이 중 3000명의 정보만 저장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역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혀 '셀프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쿠팡의 주장과 달리 계정 수 기준 3000만건 이상의 유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조사에선 증거인멸 혐의를 추궁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로저스 대표가 곧장 출국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경찰은 추가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부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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