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K-반도체 투톱, HBM4서 정면충돌…'점유율 압도' vs '성능 우위'

'안정적 수율' SK하이닉스 vs '속도' 삼성
엔비디아 납품 두고 양사 진검승부 예고
"납품 시점보다 물량 확보가 관건" 분석도

올해 반도체 산업의 최대 승부처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놓고 국내 메모리 투톱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치열하다.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검증된 공급 안정성을 무기로 주도권 수성에 나선 반면, 삼성전자는 데이터 처리 속도를 승부수로 띄운 모습이다. 양사 모두 HBM이 실적 견인의 일등공신인 만큼 시장 선점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올해는 HBM4 시장이 본격 열린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4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엔비디아 HBM4 수요의 약 70%를 공급하기로 했고, 현재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미국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HBM4를 정식 납품할 예정이다.

양산 능력 강조한 SK "기존 1b 공정으로도 성능 구현"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한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검증된 안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마케팅 담당(부사장)은 지난 29일 컨퍼런스콜에서 "HBM3E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10나노 5세대(1b) D램으로 HBM4를 양산할 것"이라며 "기존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1b 공정으로 고객의 요구 성능을 구현한 것은 매우 큰 기술 성과"라고 말했다.

이미 안정적 생산 능력을 인정받은 HBM3E에 들어가는 1b 기반 제품으로도 차세대 HBM4 성능을 충족하는 기술력이 있어 불량률 걱정이 그만큼 덜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등에 들어갈 HBM4 물량의 약 3분의 2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큰손' 고객들과 장기간 구축해온 파트너십과 대규모 양산 과정에서 입증된 높은 수율을 바탕으로 6세대 HBM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기술력 강조한 삼성 "최고 속도…엔비디아 최초 공급"

삼성전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기술력과 속도를 앞세워 하이닉스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HBM4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넘어 최대 11Gbps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제품인 HBM4E 로드맵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반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맞춤형 제품은 올해 하반기 양산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이 차세대 HBM 양산 일정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다음 달 업계 최초로 HBM4를 엔비디아에 정식 납품하며 물량 배정과 협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량 확보와 유연성으로 승패 갈려

다만 HBM4 세대까지는 물량을 다수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납품을 먼저 할 삼성전자보다 조금 늦어도 물량을 많이 확보한 SK하이닉스가 더 유리한 상황"이라며 "올해 SK하이닉스가 경쟁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경쟁 승패는 결국 누가 더 빨리 고객 맞춤형 AI 칩을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HBM과 범용 D램의 수율(합격품 비율)을 높이고 엔비디아를 제외한 빅테크 기업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